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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그 영화 어때] 개 같은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비극이었네 ‘조커: 폴리 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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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92번째 레터는 1일 개봉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입니다. 2019년 최고의 문제작 ‘조커’의 속편이죠.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의 탄생기를 그린 영화 ‘조커’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그해 시상식을 휩쓸었습니다. “난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개 같은 코미디야” 같은 명대사로 숱한 패러디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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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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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꼈던 조커의 매력은 영화를 보며 희열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조커의 발차기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내 안에 있는 폭력성을 건드리는 느낌에 두려워지죠. 개봉 당시 미국에선 극장 입장 전에 소지품 검사를 했을 정도로 모방 범죄 우려도 컸습니다. 영화는 코미디언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폭력과 조롱, 소외를 견디다 조커가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서 범죄를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5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전작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게 다분히 느껴집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에 열광할 만한 요소를 거세하고, 아서 플렉을 더없이 초라하고 나약하게 묘사합니다. 전작을 좋아했던 저 같은 팬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 겁니다. 이 때문에 “지루하다“”실망스럽다”는 혹평과 “대담한 해석”이라는 호평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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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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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은 조커와 그의 여자친구 할리퀸의 뒤틀린 로맨스를 그렸습니다. 고담시에 폭동을 일으키고, 5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아서 플렉은 수용소에서 조커의 열성팬인 리 퀸젤(레이디 가가)을 만나고 사랑에 빠집니다. 리 퀸젤은 자신을 ‘할리퀸’이라 칭하며, 아서 안에 잠들어 있는 조커를 다시 깨우려 합니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아서의 심신 장애 여부입니다. 아서는 트라우마 때문에 미쳐버린 정신병자로 살 것인지,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악당으로 살 것인지 갈림길에 서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낍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조커’가 학대와 고통이 만들어낸 또 다른 인격인지,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의미를 정확히 인지한 괴물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전편이 조커가 탄생할 수밖에 없는 고담시의 풍경을 보여주며, 사회 보장 시스템이 붕괴한 미국 사회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면 이번엔 수용소 안에 갇힌 조커의 내면적인 갈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친 세상에 걸맞은 미친 악당 조커는 온데간데없습니다.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는데, 채식 요리가 나온 느낌이랄까요. 타인의 눈치를 보고 우물쭈물하는 조커는 색다른 해석이긴 하나 전처럼 매력적이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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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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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해석하자면, 토드 필립스 감독은 현실의 ‘조커’ 신드롬을 영화 속으로 가져와서 전편의 성공조차 농담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영화에서는 리 퀸젤을 비롯해 조커를 추종하는 팬들이 생기고, 조커의 범죄가 영화와 책으로 만들어져 불티나게 팔리죠.

영화에선 ‘That’s Entertainment’라는 노래가 반복되는데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쇼에서도 일어날 수 있어””바지가 흘러내리는 광대나/로맨스를 꿈꾸는 댄스나/비열한 악당이 나오는 장면/그게 바로 엔터테인먼트지.” ‘영화=엔터테인먼트’라는 명제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 같습니다.

굳이 ‘조커’에서까지 음울한 현실을 보고 싶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로서 즐기고 싶으셨던 분들은 이 영화가 실망스러울 겁니다. 반면 1편 조커의 비상과 대조를 이루는 조커의 추락, 발가벗겨진 조커의 실체를 보며 재미를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당신들은 화장을 지운 조커의 민낯도 사랑할 수 있는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결말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편의 명대사도 2편에서 뒤집힙니다. 조커의 인생은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 같은 비극이었더군요. 호불호는 갈릴 수 있는 영화지만,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연기와 노래 덕에 티켓값이 아깝게 느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열연에 대해선 이 기사에 좀 더 자세히 썼으니 참고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할리퀸 역의 레이디 가가가 부른 ‘That’s Entertainment’를 함께 보내드립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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