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대비 전국 민방위 훈련이 실시된 지난 8월 22일 대전 동구문화원에서 시민들이 대피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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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35)씨는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민방위 훈련에 참석했다. 원칙적으로 총책임자가 구청장이라 알고 있었지만, 구청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박씨는 “나 같은 사람들은 생업도 제쳐놓고 나오는데, 총책임자인 구청장이 안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군 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예비군·민방위 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민방위 대장’으로서 이를 총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구청장이 10번 중 4번도 훈련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 대상인 일반인들은 일정을 조정해 어떻게든 훈련에 참석하는데, 정작 ‘대장’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4일 서울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6곳에서 구청장의 민방위 훈련 출석률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18~2024년 자치구별로 총 14~15회 훈련이 진행됐는데, 송파구청장 출석률은 36%에 불과했다. 또 용산구 40%, 금천구 43%, 강서구 47%, 강북구·마포구 53% 순으로 출석률이 낮았다. 다른 16개 자치구에서도 1~5회씩은 구청장이 훈련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남·서초·성북구만 구청장 출석률이 100%였다. 이는 코로나로 대면 훈련이 없었던 2020·2021년 실적을 제외한 것이다.
민방위기본법에 따르면 구청장은 해당 지역 민방위 대장을 직접 맡거나, 민방위 대장을 지정해 지휘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노란 민방위복을 입고 교육 내내 자리를 지키는 구청장이 오히려 조명받는 실정”이라고 했다.
다만 구청장 참석이 규정상 ‘의무’는 아니다. 이 때문에 구청장들은 “실제 훈련에 필요한 인력들이 참석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지역 일정 등을 소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민방위 대장에게 훈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 중요한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상황도 있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을 띄우는 등 시민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민방위 등 안보 관련 훈련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구청장이 형식적으로 인사만 하고 떠나는 훈련보다는 국민 안전 의식을 제고하는 의미 있는 훈련을 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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