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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최재영 “검찰이 ‘명품백 직무 관련성 없지 않냐’고 유도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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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재영 목사가 3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여주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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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검찰에 권고했지만, 검찰은 지난 2일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최 목사 등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최 목사가 건넨 명품 가방은 “김 여사와 우호관계 유지를 위한 것으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정도에 불과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논리였다. 최재영 목사 쪽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반박했는데, 한겨레가 최 목사 쪽의 주장이 담긴 의견서와 음성 녹음파일 등을 확보했다.



4일 한겨레는 최 목사가 수심위에 제출한 38쪽 짜리 의견서와 조사 내용이 담긴 10분짜리 음성 파일,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할 때의 영상파일 2개를 입수했다. 최 목사 쪽이 지난달 24일 자신의 수심위에서 제출한 자료로, 당시 수심위원들은 앞선 ‘김건희 여사 수심위’ 결론과 달리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소 제기하라’고 권고했다.



최 목사 쪽은 의견서에서 “모든 뇌물죄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들에서 피의자는 당연히 감사의 표시라고 주장하지만 수사기관에서 이러한 피의자의 진술을 믿는 경우는 없다”며 통상의 수사관행을 이야기한 뒤, 되레 ‘청탁이 없었다’고 피의자를 감싸는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최 목사 쪽은 지난 5월13일과 31일 두 차례 검찰 조사를 언급하며 ‘검찰이 유도신문 방식으로 질문을 했고, 검찰 측 근거와 논리에 대해 수긍하는 형태로 소극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사가 이미 사실관계를 정리해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뒤 “이런 취지지요?” “이런 취지로 보이는데 맞지요?” 라는 식의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겨레가 확보한 녹음파일에서 검찰은 가방을 건넨 2022년 9월13일에 청탁할 만한 이슈가 있었는지를 반복적으로 묻는다. 김창준 미국 연방하원의원 건(국정자문위원 임명)은 6월 부탁이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만찬 초대 요청 건 등도 9월 가방 전달 전의 일이니 명품 가방 전달 당시 현안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수사 검사의 “(명품백을 전달한 날인) 9월13일 정도에는 여사님이 이걸 받으면 남편 일 때문에 받는 거구나 이 인식을 할 만한 현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 시점에) 그런 현안이 혹시 뭐가 있느냐”는 질문에 최 목사는 “청탁이라고 하는 건 김창준 미국 연방하원의원 건부터 통일TV건까지 쭉 연결은 되지만, 이 시점 바로 직전이나 직후로 봤을 때 딱 연결고리는 없어서...”라고 답한다.



그러자 수사 검사는 “그러니까 그런거죠. 넙죽 넙죽 (가방을) 받는 거랑 별개로 받을 때 그런 이슈가 있었느냐는 약간 좀 다른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은 듭니다”라고 답한다. 대가성이 있으려면 선물을 준 시기와 청탁의 시기가 가까워야 한다는 것인데, 최 목사 쪽은 의견서에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선후는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유도신문 주장에 서울중앙지검은 “정당한 수사를 흠집 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조사의 전 과정을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로 영상 녹화했고, 변호인과 피의자는 조서를 모두 열람한 후 아무런 이의 없이 서명·날인했다”고 밝혔다. 또 “조사과정에서 법률상 쟁점을 설명하고 피의자의 진술을 정리하고 되물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유도신문이 전혀 아니다. 특히 수사보안과 기밀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수사 기관의 조사 과정을 몰래 녹음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의견서에서 구체적인 청탁과 김 여사 쪽의 반응을 조목조목 나열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2022년 9월4일 김 여사에게 카카오톡으로 ‘자신의 큰 형님에게 추석 선물(대통령실 선물)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9월13일 김 여사를 코바나컨텐츠에서 만나 디올 가방을 주는 자리에서 김 여사로부터 큰 형님에게 전달할 대통령실 선물과 대통령 시계를 받았다고 했다.



또 2022년 6월 샤넬 화장품을 건넸을 때부터 9월13일 가방을 건넸을 때까지 선물과 청탁이 반복됐고, 2023년 7월 통일티브이(TV) 재송출을 청탁할 때까지 김 여사와 연락을 계속 주고 받았다며 “(가방 선물과 통일TV 재송출 청탁까지) 시간적 간격이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재송출 청탁과 명품 가방을 준 사실과는 관련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최종적으로 검찰은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최재영 목사에 대해 무혐의 결정했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고발인들은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항고하고 재항고하고 그래도 안 되면 재정신청하겠다. 재고발도 검토할 것”이라며 “최 목사를 무혐의한 건 김 여사의 무혐의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법 사기 논리”라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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