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소성욱(왼쪽)·김용민 씨가 지난 7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사실혼 동성 부부의 배우자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 뒤 소회를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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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4일 동성 배우자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하는 절차에 공식 돌입했다. 대법원이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허용하며 ‘동성 동반자’에 대한 법적 자격을 인정한 지 70여일 만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실혼 관계의 동성 부부가 요건을 갖춘 경우 다른 이성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 인정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피부양자 자격 신청을 한 동성 부부들에게 등록이 완료됐다고 오늘부터 통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7월 남성 부부인 김용민-소성욱씨가 ‘동성인 배우자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달라’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한 것”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건보공단은 대법원 판결 직후 소씨를 남편 김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했지만 전면적인 적용은 않고 있었는데, 내부 검토를 거쳐 동성 부부에 대해 이성 부부와 마찬가지의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오승재씨가 지난 8월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답변 갈무리. 오승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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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까지 한국에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은 동성 부부는 소씨 부부까지 포함해 최소 3쌍에 이른다.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울산에 사는 오승재(25)씨는 한겨레에 “국가로부터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인데, 움직이면 앞으로 나아가는 게 분명 있다는 걸 느꼈다. 성소수자들 앞에 놓였던 큰 벽 하나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초 건보공단 누리집을 통해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를 문의했으나, 건보공단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검토 중이므로 기준 마련 이후 별도 안내하겠다”고만 답했었다.
오승재씨가 지난 8월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답변 갈무리. 오승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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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국외에서 동성 배우자와 혼인신고를 한 여성 성소수자 윤아무개씨(43)도 이날 건보공단으로부터 배우자가 자신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윤씨는 지난달 23일 건보공단에 피부양자 자격 신고를 했으나 오씨와 같은 이유로 이튿날 반려당한 바 있다. 윤씨는 한겨레에 “건보공단 누리집의 자격확인서 취득 내역에 배우자가 나의 ‘처’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을 처음 두 눈으로 확인하니, 앞으로 둘 중 한 명이 아플 때 그 누구의 호의를 바라지 않고도 상대방의 법적 보호자임을 자신 있게 밝힐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안전해진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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