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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책&생각] 나라와 언어를 이어주는 세계의 축약본,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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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점: 세계를 이해하는 완벽한 장소



호르헤 카리온 지음, 정창 옮김 l 이봄 l 2만1000원



프랑스 파리에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100년 넘은 고서점이 있다. ‘셰익스피어와 그 동료들’이라는 뜻의 서점 간판이 보여주듯 영어 서적 전문 서점이다. 1919년 설립됐다. 창업주가 서점업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고객이었다가 나중에 친구가 될 작가들을 자주 접할 가능성”이었다. 실제 이 서점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스콧 피츠제럴드 등 문인들의 사랑방이 됐다.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아들과 딸은 이 서점이 오늘날의 오데옹 거리 본점으로 옮겨갈 때 이삿짐을 날랐을 정도로, 이 서점과 조이스의 가족은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서점은 “시로 가장 많이 쓰여진 서점일 것”이라고 한다. 브라질의 시인이자 작가 마르시우 카툰다는 이곳에, 건물 지하에 있는 서점 입구로 가는 통로의 강렬한 조명 등을 묘사한 ‘서점에게’라는 시를 헌정했다. 이 서점은 경기침체, 장기 군부독재, 서점을 몽땅 태워버린 1973년의 화재 등 여러 고비를 겪었고 매번 극복했다. 서점 주인의 친구인 브라질 국민시인 카를로스 드루몬드 지 안드라지는 이 서점에 대해 이렇게 썼다. “지하의 가게는/ 자신의 보물들을 내어놓는다/ 마치 급습한 기근으로부터/ 그것들을 지키는 듯이.”



동서양의 크고 작은 수많은 서점 현장을 누비며 문화사적으로 탐구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서점은 새로운 것과 비축된 것 사이의 갈등하에 늘 고비”에 놓여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서점은 세계를 축약한다. 당신의 나라와 언어를 다른 언어권 나라들과 이어주는 것은 항공로가 아니라 서가들 사이의 통로”라고 말한다. 한국의 서점으로는 교보문고가 실렸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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