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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순천 여고생 살해’ 박대성 공황장애 주장…경찰, 계획적 범죄 정황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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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전남 순천경찰서는 4일 살인범 박대성(가운데)을 검찰에 송치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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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은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셔 범행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공황장애를 주장했으나 경찰은 진료기록 등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박대성이 자신의 가게에서 미리 흉기를 챙겨 나온 점 등 계획적 범죄의 정황을 확인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 가게 주방서 흉기 챙긴 후 3시간 활보

전남 순천경찰서는 4일 살인 혐의로 박대성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경 전남 순천시 조례동 자신의 가게 주방에서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가게에서 나오기 전에 소주 4병을 혼자 마셨다. 그를 손님으로 인식한 택시기사와 잠시 대화를 나눌 땐 흉기를 허리춤에 감췄다.

박대성은 흉기를 소지한 채 인도를 살피며 30분 동안 가게를 오갔다. 그는 택시기사에 이어 두 번째로 본 A 양(18)을 800m가량 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뒤 달아났다. A양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범행 13분 후 박대성이 웃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촬영됐다.

범행 당시 슬리퍼가 벗겨진 박대성은 맨발로 흉기를 소지한 채 인근 호프집에 들어가 맥주 반 병을 마셨다. 가게로 되돌아온 그는 운동화를 신고 다시 나와 노래방에 갔다가 나와 인근 원룸 주차장에 흉기를 버렸다. 흉기를 버리고 나서도 1시간여 동안 거리를 배회했다.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오전 3시경 인근 마트에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차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검거됐다. 그는 가게를 중심으로 반경 2㎞를 3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 경찰, 계획적 범행 정황 확인

박대성은 경찰 조사에서 확인된 각종 CCTV 영상을 보여주자 “조금씩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평소 술을 마시면 폭력적으로 돌변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진 점, 가게영업이 되지 않는 경제적 문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며 “소주 4병을 마셔 뚜렷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범행을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박대성은 과거 다른 폭력사건 2건에 연루돼 경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 지역 출신인 그는 5년 전 순천으로 와 음식점 주방장으로 일했다. 그는 동료 종업원들과 술을 마사다 폭력을 휘둘렀고 추후 합의돼 처벌받지 않았다.

경찰은 박대성이 가게에서 흉기를 챙겨 나와 범행을 저지르고 택시기사, 호프집·노래방 주인과 대화를 나눌 때 흉기를 허리춤에 감춘 점 등을 감안해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A 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약을 사러 나갔다가 친구를 만나 배웅해주고 귀가하는 길에 변을 당했다. 조례동에 마련된 A 양의 분향소에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5일간 추모객 4000명이 다녀갔다. 순천시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A 양 얼굴이 공개되는 것은 원치 않아 영정사진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시청 홈페이지 온라인 추모관은 당분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흉악범죄 피의자인 박대성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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