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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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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쫓겨나는 과학자] ① 과기원이 수주한 과제 대부분이 감액되거나 중단

[편집자주] 풀뿌리 연구 인력인 학생연구원이 사라진다. 연구인력 양성의 전진기지인 4대 과학기술원조차 '일자리가 없다'며 쫓겨나는 과학자 역시 적지 않다. 과학계를 떠나는 인력 이탈이 심화하면서, 연구 현장에선 우리 과학기술계의 기초 체력 저하와 생태계 황폐화를 우려한다. 연구에만 몰두해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정부 정책의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으로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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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과기원의 연구 인력 변동률/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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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4대 과학기술원(이하 과기원)의 학생연구원 220여명과 박사후연구원 14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증가세였던 4대 과기원의 국가 R&D 참여 인력이 올해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소속 연구실에서 진행하던 과제가 대폭 삭감되거나 중단된 탓이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GIST(광주과학기술원)·KAIST(한국과학기술원)·UNIST(울산과학기술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과기원에서 국가 R&D 과제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과 박사후연구원 등 연구 인력이 지난해 대비 올해 크게 줄었다.

GIST의 변동 폭이 가장 크다. R&D 삭감 발생 전인 2023년 GIST에서 국가 R&D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인력은 2646명이었지만 올해 2136명으로 19.3% 감소했다. 이 중에서도 학생연구원의 수가 1516명에서 1346명으로 줄며 감소율 11.2%를 기록했다. 박사후연구원은 436명에서 352명으로 줄어 약 19%가 일자리를 잃었다.

UNIST의 학생연구원 수는 지난해 2520명에서 올해 2.1% 줄어든 2467명이 됐다. 박사후연구원의 감소 폭은 이보다 크다. KAIST와 DGIST의 경우 학생연구원 수는 지난해 대비 소폭 늘어났지만 박사후연구원의 수가 각각 5.2%, 6.2%씩 줄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0월 "과기원의 자체 재원을 인건비에 최우선 활용하도록 하겠다"며 "4대 과기원의 학생연구원과 박사후연구원 지원 규모는 내년에도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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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 증감 추세/그래픽=이지혜



학생연구원과 박사후연구원은 연구실에서 실제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핵심 연구 인력이다. 학생연구원은 학교 재학생 신분으로, 박사후연구원은 박사를 졸업한 후 연구실에 고용돼 일한다. 4대 과기원의 경우 학교 자체 재원으로 일부 인건비를 보전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고용 안정성은 기본적으로 소속 연구실이 매해 수주하는 R&D 과제비에 달려있다. 과기원 내부에서는 "학생의 휴학, 자퇴라는 변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과제 규모 축소"라고 지적한다.

4대 과기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과기원이 수주한 과제 대부분이 감액되거나 중단됐다. △KAIST 702개 과제 중 701개 △DGIST 160개 과제 중 152개 △GIST 212개 과제 중 210개 △UNIST 302개 과제 중 300개 등이다. 예산이 70% 이상 감액된 과제도 수십 개에 이른다. 기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교수가 학생연구원을 과제에서 빼거나 박사후연구원의 고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아 의원은 "정부는 학생 연구원 등 R&D 연구 참여 인력 축소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실상 멀쩡한 R&D 과제가 축소 또는 중단되면서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 참여 기회가 줄어들었다"며 "연구 생태계에 끼친 피해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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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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