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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이번엔 다르다…"유가 100달러 갈 수도" 이란 석유시설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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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화약고 된 중동(下)

[편집자주] 2023년 10월7일 발발해 1년이 된 가자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시작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을 넘어 이란으로까지 번졌다.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중동전쟁 상황과 확전 배경, 국제사회 영향 등을 두루 짚어본다.



"이번엔 달라"…태생부터 악연, 이스라엘과 중동의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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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1982년 중동 갈등 속 아랍·이스라엘 영토 변화 /그래프=김다나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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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전쟁을 1년 가까이 끄는 목적은 '역사 청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접 밝힌 명분인 '가자지구 내 새 안보체제 구축'보다 더 큰 목표가 있다는 시각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을 이스라엘 중심으로 중동 질서를 재편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승리로 중동 내 아랍과 오랜 갈등을 청산할 역사적 순간이라는 믿음이다.

이스라엘과 중동 갈등의 중심에는 히브리어로 '평화의 마을'이라는 뜻인 '예루살렘'이 있다. 예루살렘은 기원전 1000년 무렵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였다. 기원전 63년에는 로마군에 함락돼 로마의 국교인 기독교의 성지였다. 638년 이슬람 종교 아래 연합한 아랍 군대에 정복돼 오랫동안 지배받았다. 이 도시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3개 종교의 성지가 된 배경이다.

예루살렘을 둘러싼 유대와 아랍 사이 갈등의 씨앗을 심은 국가는 따로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타인 영토를 지배했던 영국이었다. 영국이 1917년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건설을 지지한다는 '벨푸어 선언'을 하고 유대인 우대 정책을 추진했다. 여기에 나치 독일의 박해까지 맞물려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이주는 가속화됐다. 이때 영국은 당시 오스만 제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랍 민족국가의 건설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영토 분쟁 가능성을 초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유대와 아랍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팔레스타인 통치에서 물러났다. 대신 이 지역 관리를 맡은 유엔(UN)이 갈등 해결을 시도했다. 유엔은 1947년 11월 열린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유대인 영토와 아랍인 영토로 구분하는 데 합의했다. 유대인에 56%를 주는 분할안이었다.

◇'76년 갈등' 속 4차례 전쟁…중동·이스라엘 충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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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스라엘 충돌의 역사 /표=김현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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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유엔 합의를 근거로 1948년 건국을 선언했다. 이후 76년 역사에서 다수 아랍 국가를 상대로 한 이른바 중동전쟁을 4차례 치렀다.

이스라엘 건국 직후 이 지역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영토 밖으로 쫓겨났다. 이에 주변 아랍국(이집트·요르단·시리아·레바논·이라크)들이 연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1차 중동전쟁(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했다. 1차 중동전쟁 결과는 이스라엘의 승리였다. 이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78%를 차지하게 됐다.

2차 중동전쟁은 1956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서 일어났다. 그해 취임한 이집트의 가말 압둘 나세르 대통령이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한 일이 계기였다. 당시 수에즈 운하 운영을 주도해온 영국, 프랑스는 수에즈 운하 이권 상실에 반발해 이집트를 공격했는데 이때 이스라엘을 끌어들여 연합 공격을 벌였다. 하지만 이집트가 소련의 지원을 받을 것을 우려한 미국이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을 압박하면서 전쟁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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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주변 국가들. 이스라엘 남쪽에 바다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사진=구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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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불안하게 이어지던 평화는 11년 만에 깨졌다. 1967년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이 이스라엘 남쪽의 바다로 이어지는 아카바만의 입구 티란 해협을 봉쇄하고 이스라엘 선박 통과를 금지하자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하면서 3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요르단·시리아를 차례로 공격해 6일 만에 대승을 거뒀다. 이스라엘은 이때 가자지구, 시나이반도, 수에즈 운하 동쪽 지역, 골란고원 등을 점령했다. 그해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을 향해 점령지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1973년 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은 이스라엘 종교 축제일 '욤 키푸르'(10월 6일)에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앞선 3차례 중동전쟁에서 잃었던 영토 회복을 위한 기습이었다. 이스라엘은 초기에는 열세였으나 미국의 군수 지원으로 군사적 승리를 거뒀다. 이후 국제 유가 폭등에 따른 경제적 압박, 소련의 전쟁 개입 가능성을 우려한 미국이 중재에 나서면서 1974년 이스라엘은 이집트, 시리아와 정전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결과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 통제권을 확보했고 시리아도 골란고원 일부를 탈환했다. 영토 분쟁 지역이던 시나이반도와 골란고원 일부는 이스라엘군이 일부 철수하고 유엔군이 주둔하는 완충 지대가 됐다.

가자전쟁은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납치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하지만 1년 동안 전쟁을 끌어온 건 이스라엘이다. 국제사회는 5차 중동전쟁을 우려하며 휴전을 촉구하지만 이스라엘은 전쟁을 고집한다. 전쟁의 명분은 '평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설에서 "고귀한 페르시아(이란) 국민이 폭군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날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올 것"이라며 "유대 민족과 페르시아 민족은 마침내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노린다면…"유가 100달러 돌파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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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아슈켈론 상공에서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인 아이언돔 미사일에 의해 요격되는 모습. 2024.10.01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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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18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스라엘과 전면적인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를 비롯한 글로벌 자산 가격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을 가하지 않으면 더 이상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추가 공격을 시사해 향후 이스라엘의 공격 수위에 따라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서의 확전 가능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유가다. 1일에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에 유가는 2%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 1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2.4% 오른 69.83달러를, 영국 브렌드유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2.6% 상승한 73.56달러를 각각 나타냈다.

다만 장중 5%가량 오른 데 비하면 상승 폭을 줄인 것이며,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첫 거래일에 유가가 4%대 뛴 데 비해서도 낮다. 유가 자체도 당시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10월19일 92.38달러까지 오른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조차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섰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혼란의 여파가 남아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제재를 가하면서 전세계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로 유가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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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브렌트유 가격 추이/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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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에서 전투가 지속됐음에도 유가가 하락한 것은, 산유국인 이란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는 가운데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늘고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래피단 에너지 그룹의 사장인 밥 맥널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레바논과 이란으로 전선을 돌리면서 이 전쟁은 에너지와 좀더 관련이 깊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불균형적으로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MST 마르퀴의 수석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사울 카보닉도 "(중동 분쟁이) 원유 공급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수준이 임박했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거나 이번 분쟁으로 이란의 석유 수출에 제재가 가해진다면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웃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석유 생산시설을 공격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20만배럴이며 이 가운데 약 50%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FRA 리서치의 리서치 담당 부이사인 스튜어트 글릭먼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생산시설을 공격한다면 원유시장은 석유 공급량 감소를 겪게 된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 상당히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유국인 이란이 직접 당사자로 나선 중동 분쟁만으로도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데 미국에서는 항만 노동자들이 1일부터 대규모 파업에 들어가 물류비 상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항만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미국 해상운송의 절반을 차지하는 동남부 항구 30곳 이상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운송비가 벌써부터 들썩이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에서의 전면전 리스크와 미국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날 0.9%와 1.5% 하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달러, 금 등으로는 자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0.056%포인트 떨어진 3.742%를 나타냈다.(국채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4% 오르며 지난 9월13일 이후 처음으로 101을 넘어섰고 금값은 1.1% 상승한 2667.30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주 기록한 사상최고치에 근접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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