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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한 명 낳아 잘 키울까 했는데… 네 딸들 만나 ‘다둥이 행복’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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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세 쌍둥이에 넷째 낳은 김보라·손종태 부부

경기 수원 영통구에 사는 손종태(40)·김보라(36) 부부는 네 살인 다온, 시원, 조은 세 쌍둥이를 키운다. 올해 6월엔 막내 세연이가 태어났다. 이 부부는 국내 한 대기업에서 만나 1년 반 연애 끝에 결혼했다. 부부는 “세 쌍둥이와 갓 태어난 신생아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가족”이라고 했다. 딸만 넷이어서 아이들에게 ‘4딸라’라는 별명을 붙였다.

조선일보

지난달 27일 경기 수원 영통구의 아파트에서 김보라(맨 왼쪽)·손종태(맨 오른쪽) 부부가 아이들과 웃고 있다. 사진 뒷줄 왼쪽부터 올해 네 살인 세 쌍둥이 조은, 시원, 다온. 사진 앞줄의 아기는 지난 6월 태어난 막내 세연.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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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김보라씨는 세 쌍둥이를 25주 1일 만에 낳았다. 조산이었다. 김씨는 “지난 2020년 6월 새벽 1시쯤 갑자기 양수가 터져 급하게 병원으로 갔다”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첫째 다온이는 750g, 둘째 시원이는 800g, 셋째 조은이는 690g으로 태어났다. 이들은 태어난 직후 4개월간 병원 내 신생아 집중 치료 시설에서 지냈다. 다온이는 뇌출혈로 인해 발달 지연이 생겨 일주일에 두 번씩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시원이는 장염으로 2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았다. 조은이는 무호흡이 잦아 두 달간 기도 삽관을 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높아진 신생아 의료 기술과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냈다. 김씨는 “당시엔 의료진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의료진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아이들의 강한 의지 덕에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했다. 다온은 ‘모든 운이 다 오너라’, 시원은 ‘시원시원하게 다 해결해서 오너라’, 조은이는 ‘좋은 일만 가득해져라’라는 뜻이다. 병원에서의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붙인 이름이다.

김씨는 “세 쌍둥이가 이르게 세상에 나왔다가 예쁘게 자라는 걸 보면서, 한 아이를 더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있었다”며 “그러다 하루는 갓 난 남자 아기가 나를 쫓아다니면서 똥을 싸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해 세연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막내 세연이는 ‘언니들 사이에서 세상을 유연하게 살아라’라는 뜻이다.

남편 손종태씨는 “세 쌍둥이끼리는 매일 싸우면서 울고 웃는다”며 “장난감 블록을 가지고 놀면서 ‘내 거야’ 하며 싸울 때도 있지만, 잠들기 전에는 서로 먼저 사과하고 안아주면서 뽀뽀한다”고 했다. 특히 막내 세연이가 울면 세 쌍둥이가 쪼르르 달려와 쪽쪽이를 물려준다. 그러면서 “귀엽다” “예쁘다” 말해준다. 첫째 다온이가 엄마에게 다가가 “맘마, 세연이 울어”라며 쪽쪽이를 줘야 한다고 손짓하기도 한다. 외출할 때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이 넷을 보고 신기해한다. 특히 유모차에 탄 세연이를 보려고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세 쌍둥이가 “우리 세연이 보지 마세요”라며 막내를 지켜주듯 한다. 김씨는 “서로 챙겨주려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고 했다.

부부는 “솔직히 네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는 않다”고 했다. 김씨는 “어딜 가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아이들이 출산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나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어린이집에 늦게 보냈다. 가정 보육 기간이 길어져 힘든 시기도 있었다”고 했다. 손씨는 “빌라에서 살 때 집 앞에 유모차 등 아이용품이 3개씩 놓여 있어 공용 공간이 좁아졌고, 밤에 아이들이 울어 시끄러울 때도 있었다”면서 “다행히 당시 이웃들이 많이 배려해줬다”고 했다.

맞벌이 직장인인 부부는 ‘자율 출퇴근제’를 적극 활용했다. 남편 손씨가 새벽 4시에 출근하고 나면, 아내 김씨가 세 쌍둥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오전 9시 반에 회사로 출근하는 식이다. 손씨가 오후 3시에 먼저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들을 하원시키면, 이후 김씨도 퇴근해 함께 육아를 했다. 현재는 김씨가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내고 양육 중이다. 다음 달 복직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육아휴직을 써도 크게 눈치를 안 봐도 된다. 인사상 불이익도 없다”고 했다.

부부는 처음부터 아이들을 많이 낳을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점점 취업 연령이 높아지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다 보니 나도 아이 한 명 낳아서 잘 키워보려는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아이 넷을 낳고 보니 전에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이들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됐다”고 했다. 손씨는 “최근 아내가 발이 아프다 말한 적이 있었는데, 세 쌍둥이가 달려와 아내 발을 주물러줬다”며 “아이들이 없었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동이었다”라고 했다.

부부는 다둥이 가정을 위한 정책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 넷에 맞벌이 가정이지만 현재 국가가 시행하는 제도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며 “소득세를 완화해주거나, 이와 비슷한 직접적인 혜택이 더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다둥이를 위한 주차 공간 등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많아져야 한다고도 했다. 또 다둥이 가정을 위한 공간·시설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한번 키즈 카페에 가면 10여 만원이 든다. 다자녀 가정을 위해 이용 가격이 무료인 공공 키즈 카페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또 “한 키즈 카페는 둘째까지만 요금을 받고, 셋째·넷째는 무료로 이용하게 해준다. 아이 넷인 엄마 입장에선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다둥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집을 보러 다닐 때 ‘위층에 아이들이 살면 안 된다’거나 ‘자전거가 몇 대 있는지를 봐야 한다’ 등의 인식은 마치 우리 같은 다둥이 가정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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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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