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상임위원장단 및 상임위 간사단 등과 만찬 회동을 하며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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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2일 저녁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 간사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만찬은 최근 한동훈 대표가 참석했던 신임 지도부 인사들과의 만찬보다 45분 긴 2시간 15분 동안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하나다. 다 함께”라는 구호를 외치며 회동을 마무리했다.
이날 만찬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이 여당 원내 지도부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통령실이 공개한 만찬 사진 4장과 원내 수석대변인이 전한 만찬 분위기에서 지지율이 하락세인 집권 여당의 위기의식이나 험악한 민심을 우려하는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려워 의아했다. 윤 대통령은 “일당백의 각오, 생산적인 국감”을 당부한 후 야권의 국군의날 시가행진 비판과 체코 원전 덤핑 수주 공세를 반박했다고 한다. 또 “의료 개혁은 반드시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료 개혁은 졸속 의대 증원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분야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개혁’을 다짐하는 동안 참석자들이 아무런 이견을 내지 않았다니 놀랍다. 김 여사 특검법이나 디올백 수수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 용산 전 행정관의 전당대회 개입 사주 논란까지 연일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국정의 악재들은 쏙 뺀 채 야당 비판에 한목소리를 내고 흔들림 없는 의료 개혁만 강조했다니 민심이 왜 험악해졌는지엔 관심조차 없다는 건가.
공교롭게도 이날 만찬은 4일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마련돼 ‘표 단속 만찬’이란 지적도 나왔다. ‘원내 중심’이라며 한 대표를 뺀 것도 김 여사 문제 해법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란 해석이다. 추 원내대표는 “부결이 당론”이라고 했지만, 한 대표는 “부결이 맞다”면서도 ‘특검법이 한 번 더 넘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엔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며 추후 상황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이탈표 단속하듯 “우리는 하나” 외치다 끝난 맹탕 만찬이 민심을 얼마나 멀어지게 할지 모르는 건가, 모른 척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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