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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자신들을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한 이란에 보복을 공언한 가운데 우선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 도심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이란에 가장 중요한 대리 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언제든 궤멸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지상 작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BBC방송은 이날 새벽 이스라엘군(IDF)이 베이루트 시내와 가까운 지역에 미사일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의회, 총리실 인근과 헤즈볼라 소유의 보건소가 미사일에 맞았다.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도심 폭격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란에 대한 보복 방식을 고심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낸 경고로 풀이된다. 앞서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을 향해 180여 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란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공언한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도심을 폭격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두고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면전을 감수할 준비가 됐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이스라엘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실행에 옮길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에 이란의 석유 생산 시설과 군 기지를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석유 시설 공격은 서방의 장기 제재로 악화한 이란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 핵 시설 타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면전을 막기 위해 '치명적인 공격'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미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요 7개국(G7) 정상이 이스라엘의 대응 권한을 인정하지만, 이란의 공격 수준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G7은 이란 핵 시설이나 정유 시설 공격을 반대하고 있으며,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상전도 가속하고 있다. 2일 IDF는 레바논 남부에서 벌인 지상 작전 과정에서 장병 8명이 전사했다고 공식 엑스(X)를 통해 발표했다. IDF는 '에고즈 부대'로 불리는 '621 특수정찰부대' 분대장인 에이탄 이츠하크 오스테르 대위(22) 등 장교 2명과 병사 4명이 교전 중 숨졌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전선에 배치된 골라니보병여단 소속 정찰병 1명과 의무병 1명도 사망했다.
지난 1일 IDF가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근거지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후 발생한 최초 사망 건이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사망한 군인 중 6명은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의 매복 공격에 당했고, 나머지 2명은 박격포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병사들이 3건의 개별 교전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중상자도 7명 발생했다.
보병끼리 교전이 발생한 장소는 레바논 남부의 오데이세 마을과 마룬알라스 마을 등이다.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데이세 마을에 진입하려던 IDF 보병 부대와 격돌했고, 교전 끝에 IDF가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마룬알라스 마을에서도 전투가 있었다면서 마을로 접근하던 IDF의 '메르카바 탱크' 3대를 로켓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최초 피해는 헤즈볼라의 전형적인 전술에 의한 결과로 분석된다. IDF가 진입한 레바논 남부 접경지대는 산과 바위로 이뤄진 지역이다. 헤즈볼라 대원들이 매복해 IDF 보병들을 급습할 수 있는 장소가 다수이며, 탱크나 군용 차량을 기동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다. 2006년 2차 레바논전쟁 때도 헤즈볼라는 지형과 지물을 이용한 게릴라전을 펼쳤고, 이스라엘은 고전했다.
WP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에서 근거리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병사들이 사망했다는 성명이 나왔다"며 "군인 8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이스라엘에 2006년 레바논 침공 당시 국경을 넘어 진입한 최초의 탱크가 폭탄에 의해 폭발하고 군인 4명이 사망했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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