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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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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네병원’ 사망자 늘었다…중증환자 상급병원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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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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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이후 4개월간 전국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환자가 지난해에 견줘 2백만여명 줄어든 반면, 사망자는 2000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비상진료체계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의료기관 진료 및 진료 결과 사망 인원’ 자료를 보면,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전국 의료기관의 외래·입원 진료 환자는 약 1억158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1792만명)보다 209만명(1.8%) 줄었다. 진료가 감소했는데도 진료 뒤 사망한 환자는 이 기간 7만3507명에서 7만5636명으로 오히려 2129명(2.9%) 늘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출신인 김윤 의원은 “이런 추세로는 올해 6000명 이상의 ‘초과 사망’(통상적인 수준을 초과해 발생하는 사망)이 생길 수 있다. 감염병 유행기 등을 제외하고는 연간 사망자 수가 대개 일정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인 규모”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사망 환자가 많이 늘었다. 최상위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상급병원)에선 진료 환자가 943만명에서 864만명으로 79만명(9.1%) 줄고, 사망자도 1만6464명에서 1만4453명으로 2011명(12.2%) 감소했다. 반면 종합병원은 환자가 1477만명에서 1354만명으로 123만명(8.3%) 줄었음에도 사망자는 2만5738명에서 2만7150명으로 1412명(5.5%) 증가했다. 병원급 의료기관 역시 환자가 100만명(1447만명→1346만명·-6.9%) 감소할 동안, 사망자는 2635명(3만571명→3만3206명·8.6%) 불어났다.



이는 의료 공백 여파로 상급병원이 수용하지 못한 중증 환자를 ‘동네 병원’들이 떠안은 결과로 해석된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이탈로 상급병원이 입원 병상과 수술을 줄이면서, 작은 병원들의 중환자 전원 의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김동은 계명대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상급종합병원 일부 과에서는 (의료 공백 이후) 초진 환자를 받지 않고 기존 환자만 진료하는 경우도 있다. 전원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진 숫자·장비 등 진료 여건이 (중증과 경증 사이 환자를 주로 보는) 종합병원보다 나은 편”이라며 “상급종합병원에서 상태의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었던 환자가 전원되지 못해 다른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상급병원이 말기 암 등 치료 가능성이 낮은 환자들을 퇴원시키면서, 이들이 지역의 다른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상급병원들이 중증 환자 진료에 더욱 집중하도록 정부 비상진료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상급병원의 중환자실 입원료와 중증 수술 수가를 올리는 시범사업을 최근 발표했지만, 상급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했을 때의 ‘벌칙 조항’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윤 의원은 “상급병원이 (의료 공백으로) 제한된 역량에서 최대한 중증 환자를 가려 받게끔 유도해야 한다. 중증 환자 진료 수가는 높이되, 상급병원이 경증·중등증 환자 진료량을 늘리면 수가 가산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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