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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지상전서 허찔린 이스라엘, 2006년 침공 실패 되풀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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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스라엘방위군이 침공한 레바논 남부에서 2일 이스라엘 포병부대의 포화가 터지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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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침공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와의 첫 교전부터 8명이 전사하고 3대의 탱크가 전파당했다. 34일간 전쟁 중 100명 이상 이스라엘군이 숨졌던 2006년 레바논 전쟁 때처럼 이스라엘이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일 레바논 침공 이틀째 벌어진 헤즈볼라와의 전투들에서 장교 1명을 포함한 8명이 전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병사 7명이 헤즈볼라 대원들에 대해 공격을 하다 전사했고, 앞서 레바논으로 침투했던 특공대 대위도 다른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주변의 비국가 무장세력과 전투에서 하루에 8명이나 전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헤즈볼라 쪽은 이날 아침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레바논 남부 오다이세에 침투한 “(이스라엘 병사들과) 충돌했고, 그들에게 피해를 가해서, 격퇴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첫 전투에서 전사자가 나는 등 고전하자, 지상전 공격을 중단하고는 공습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8명 전사 발표 뒤 헤즈볼라는 “마룬 알-라스 마을로 쪽으로 진군하는 (이스라엘군) 메르카마 탱크 3대를 로켓포로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는 또 국경의 베이크 힐렐 마을 위를 비행하던 이스라엘 헬리콥터에 로켓포를 발사해 “즉각 퇴각시켰다”고도 주장했다. 국경 서쪽에서도 “야룬 마을 주변으로 침투하려는” 이스라엘 부대도 공격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레바논에서 제한적 지상전을 시작했다고 발표하기 앞서 약 2주 동안 레바논에 남부 등 전역에 2600차례의 고강도 공습과 폭격을 가했다. 이 공습으로 숨진 사람만 1000명이 넘고 레바논 정부는 100만명이 난민이 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융단 폭격을 통해 헤즈볼라 전투력을 현저히 떨어뜨렸다고 본 듯하지만, 헤즈볼라는 아직 일정한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지상전에서 보여줬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쟁 첫날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스라엘 탱크가 레바논 국경을 넘자마자, 도로에 설치된 폭탄을 건드려 4명의 병사가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 전쟁 때 헤즈볼라 분쇄를 목표로 내걸고 레바논 깊숙이 침공했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철군해야만 했다. 이 전쟁의 경과를 조사한 이스라엘 정부의 위노그라드위원회는 ‘전략적 실패’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 안팎의 군사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암살 성공으로 정보 능력과 공준 전력의 우위를 보여줬지만, 지상전이 시작되면 그런 우위는 증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헤즈볼라 대원들이 게릴라 전술을 활용해 익숙한 지형을 이용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군을 괴롭힐 수 있다는 경고였다. 헤즈볼라는 첫 전투에서부터 이를 증명한 것이다.



헤즈볼라는 또 이날 이스라엘 북부에 140발의 로켓 공격도 가했다. 약 40발이 로켓 미사일이 정오 경에 사페드 시 인근에 발사됐고, 70발은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항구 북쪽의 서부 갈릴리의 마을들에, 30발은 국경 접한 갈릴리 북쪽 마을들에 쏟아졌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로켓을 요격했으나 일부는 요격에 실패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군 사상자가 레바논에서 계속 나오면, 이번 공세의 깊이와 범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스라엘에 전사자 발생은 지난 2006년 레바논 침공 때의 힘든 기억을 되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레바논 지상전을 국경선의 몇 킬로 내에서 “제한적이고, 지역화되고, 목표 설정된”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국경 지역에서 헤즈볼라 위협을 퇴치하고 이스라엘 북부 주민의 안전한 귀환이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상전을 시작했다고 밝힌 1일 “우리는 베이루트로 가지 않는다. 레바논 남부의 다른 도시로도 가지 않는다”며 국경 근처 제한전임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야아코프 아미드로르 전 소장은 “침공이 깊이가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청소할 것인가는 우리는 알 수 없다”며 “이는 전장에서의 성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군이 목표를 달성 못하면, 더 깊숙히, 더 넓게 진공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북부 접경에는 대규모 탱크 및 병력이 집결해, 작전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78년에 레바논 첫 침공 때부터 2006년 레바논 전쟁 때까지 처음에는 제한전이라고 주장했으나, 베이루트까지 침공하는 장기전을 벌이다가 결국 철군했다. 이스라엘의 1978년 침공과 1981년 레바논 전쟁은 이에 저항하는 헤즈볼라를 탄생시켰고, 2006년 전쟁은 헤즈볼라를 오히려 중동 최대의 비국가 무장세력으로 부상하게 했다.



이번 지상전의 목적인 북부 주민의 안전한 귀가는 결국은 정치적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이스라엘은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접근하는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내각을 지탱하는 극우 세력들은 레바논 영토에 영구적인 “완충지대”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아미차이 치클리 이산문제 장관은 “적의 주민들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완충지대는 현재의 명령이고, 안보 관점이나 정치적, 도덕적 관점에 모두에서 정당하고 가장 공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레바논 국경 안쪽의 완충지대는 그 안에 있는 병력을 취약한 상태로 만들고, 헤즈볼라에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위기관리 컨설팅회사인 르벡의 마이클 호로위츠는 워싱턴포스트에서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완충지대의 북쪽으로부터 총격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군이 주둔하면 오히려 전투가 더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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