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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180억 아파트, 기준시가는 75억?…국세청, 세수 사각지대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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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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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빌딩은 한 때 자산가들의 절세 전략 중 하나였다. 시세가 100억원 짜리 꼬마빌딩이 기준시가로는 30억원~40억원 사이에 설정됐기 때문이다. 시세 대비 약 60~70% 낮은 액수다. 따라서 꼬마빌딩 보유자는 기준시가로 증여를 할 경우 현금 증여의 절반도 안되는 금액으로 세부담을 덜 수 있다.

앞으로 국세청이 꼬마빌딩과 같이 실거래가와 기준시가의 격차 큰 주거용 부동산(초고가 아파트, 주택)에 감정평가제를 도입한다. 꼬마빌딩처럼 편법증여에 악용되거나 초고가 아파트보다 중형 아파트의 증여세가 더 높게 책정되는 과세 형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3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0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계약 체결 건수만 247건이다. 전년 같은 기간대비 2배(111건)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거래가 늘고 있는데도 초고가 아파트는 대부분 소단지로 구성되며 대형 평수라는 특성이 있어 유사한 재산이 적고 시가가 형성되기 어렵다. 시가를 추산하기 어려운 꼬마빌딩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꼬마빌딩과 달리 초고가 아파트를 상속·증여할 경우 여전히 기준시가로 과세하고 있다. 상·증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경우 당시 감정가액 등 시가로 평가하는데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기준시가로 평가하도록 규정한 현행 세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초고가 아파트의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의 절반도 안된 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대표적인 초고가 아파트인 '나인원 한남'의 전용면적 274㎡ 주택은 실거래가가 220억원인데 정작 기준시가는 87억원이다. 실거래가 대비 기준시가의 비율은 39.5%다. 한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한남더힐'도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240㎡주택의 실거래가는 120억원인데 기준시가는 67억원에 불과하다. 실거래가 대비 기준시가 비율은 55.8%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235㎡ 주택도 실거래가는 180억원이지만 기준시가는 75억원이다. 비율 역시 절반을 못미치는 41.7%다.

심지어 초고가 아파트 증여세가 중형 아파트보다 적게 나오는 사례도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시가가 형성되지 않은 한 초고가 아파트는 기준시가 33억원으로 신고돼 증여세가 11억7000만원이 부과됐지만 기준시가가 25억원인 중형아파트는 유사매매 사례를 반영한 시가 44억원이 적용돼 증여세가 16억7000만원이 나왔다. 중형아파트 증여세가 무려 5억원이 더 나온 셈이다.

또 단독주택도 개별적 특성이 강해 비교대상 물건이 없어 시가 추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국세청 관계자는 "상속·증여 후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비율을 보면 단독주택이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보다 더 높다"며 "초고가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으로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며 이럴 경우 초고가 아파트를 시가로 과세할 수 있어 과세 형평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 2020년 꼬마빌딩과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도입했다. 정확한 시세 판단이 어려운 꼬마빌딩 역시 2020년 이전까진 기준시가를 토대로 상·증세를 부과해왔지만 논란이 제기되면서 감정평가제를 도입한 것이다.

2020년 이후 기준시가로 신고한 비주거용 부동산 총 727건을 국세청이 감정한 결과, 평가액은 총 4조5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73% 증가했다.

앞서 강민수 국세청장도 지난달 12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국세청 본연의 업무인 국가재원조달과 공정과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내야 한다"고 언급하며 '고가 부동산 감정평가 제도' 확대 추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세종=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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