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3 (목)

[오늘의 판결] “대리 기사도 노조법상 근로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법, 원심 확정… 노동 3권 인정

조선일보

서울 마포역 인근에서 한 대리운전기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리운전 기사도 단체교섭이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산 지역 대리운전 업체가 기사 A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리운전 기사도 단결권, 단체교섭권, 파업을 포함한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가질 수 있는 ‘노조법상 근로자’라는 것이다. 주 52시간제나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및 수당 지급 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 통상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가 근로기준법보다 넓게 인정되는데, 대리운전 기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소송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2018년 12월 노조를 설립한 후 소속 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회사 측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독립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업자”라며 A씨 등이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회사와 기사들은 ‘동업 계약서’를 쓰고 대리운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당시 대리운전 기사들은 법적으로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노조 설립이 가능한지,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대리운전 기사도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A씨 같은 기사들이 대리운전 업체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만 고객을 배정받을 수 있고, 늦은 밤 등 특정 시간대 근무가 사실상 의무화돼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기사들이 회사가 정하는 규칙에 따라 근무하는 종속 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1심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2심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업체 측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4년 넘게 심리한 끝에 원심 판결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도 2020년 대리운전 기사 노조 설립을 허가하며 노동 3권을 인정한 바 있다.

[방극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