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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대통령과 다른 미 ‘부통령 토론’…“트럼프 이후 실종된 예의 토론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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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 부통령 후보 토론이 끝난 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제이디 밴스와 그의 아내 우샤 밴스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와 그의 아내 그웬 월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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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토론회와는 달랐다. 1일 열린 미국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는 공방도 오갔지만 상대에 대한 직접 비방보다 정책 토론이 주를 이뤘다. 상대방 의견에 동의한다는 말도 종종 나왔다. 종료 뒤엔 각자의 배우자까지 어울려 인사를 주고받았다. 미국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후 실종된 예의 바른 토론을 다시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시비에스(CBS) 주관으로 뉴욕 시비에스 방송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은 외교·안보 정책, 기후변화, 이민자 문제 등 다양한 정책 이슈를 놓고 90분간 맞붙었다.



가장 첨예한 이슈는 불법 이민자였다. 월즈 주지사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다른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악마화하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밴스 의원은 “수백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들어와 부족한 주택을 놓고 미국인들과 경쟁하면서 주택 가격이 완전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스프링필드에서 내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들은 카멀라 해리스에 의해 삶이 파괴된 미국 시민들”이라고 맞받았다. 사회자가 ‘아이티 이민자들은 합법 체류자’라며 사실관계를 정리하자 밴스 의원이 길게 반박했고, 월즈 주지사가 재반박하면서 방송사 쪽이 마이크를 끄기도 했다. 밴스 의원은 총기·주택·인플레이션 등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할 때 ‘해리스 후보의 잘못으로 미국에 온 불법 이민자가 원인’이라며 ‘기승전-불법 이민자’ 논리를 반복했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위해 의회에서 국경 보안 강화법이 처리되는 것을 사실상 봉쇄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밴스 의원은 “해리스가 트럼프 국경 정책과 행정명령을 번복했기 때문에 역사적인 국경 위기가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를 시인하느냐도 쟁점이 됐다. 월즈 주지사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느냐”라고 묻자 밴스 의원은 “나는 미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즈 주지사는 “젠장 그것은 답변이 아니다”(damning non-answer)라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 후보 간 토론회와 달리 실수를 인정하고, 상대의 아픔에 위로를 건네는 장면도 나왔다. 월즈 주지사는 1989년 천안문(톈안먼) 시위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회자 질문에 “잘못 말한 것”이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총기 사고와 관련해 월즈 주지사가 “아이가 17살 때 커뮤니티센터에서 배구를 하다가 총격을 목격했고, 이런 경험은 잊히지 않는다”고 밝히자 밴스 의원이 “몰랐다”며 위로를 건넸고, 월즈 주지사는 “고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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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뉴욕에서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이 끝난 뒤 공화당의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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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뒤엔 월즈 주지사의 실언이 화제가 됐다. 그는 원래 공격용 소총 금지를 반대했지만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피해자 부모들과 대화하면서 찬성하게 됐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난 학교 총격범들과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선제타격을 지지하겠느냐'라는 첫 질문에 답할 땐 ‘이스라엘과 그 대리인들(proxies)’이라며 이란과 이스라엘을 혼동하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인데다 방송 출연 경험이 많은 밴스 의원은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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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디(J.D.) 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왼쪽)와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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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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