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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영화의 바다’ 부산영화제 개막…OTT 영화 개막작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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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한 시민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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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진취성 사이의 기로에 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개막했다.



이번 영화제는 집행위원장과 이사장 공석으로 진행됐던 지난해의 혼란을 정비하고 박광수 이사장, 박도신·강승아 부집행위원장 체제로 열리는 첫 축제다. 63개국 224편을 상영한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대중성 강화다. 처음으로 극장 개봉작이 아닌 오티티(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김상만 감독)이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이 출연한 시대극이다.



영화제 쪽이 지난달 ‘전,란’을 개막작으로 발표했을 때 영화인들의 반발이 작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티티의 급성장과 대조적으로 극장 등 영화 산업의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영화제가 적극적으로 오티티 영화를 수용하는 데 대한 비판이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는 “개막작의 상징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신과 함께’ 등을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역시 “아무리 대중성이 중요하다 해도 영화제만큼은 영화의 다른 의미, 가치를 존중하고 전파하는 게 자존심이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영화제 쪽은 지난달 개막작 발표 당시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가 개막작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라며 “작품 자체로만 판단할 뿐 오티티라는 매체 특성은 고민 사항이 아니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날 개막작 기자회견에서도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은 “재밌어서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것 외에 큰 의미는 없다”고 답했다. 김상만 감독은 “오티티 등 스크린이 아닌 작은 화면에서 보는 영화도 극장 상영작과 다른 영화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공동의 경험으로서의 극장의 가치는 유효하며 이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새로운 표현 형식이나 기술적 노력을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등 오티티 영화에 대한 세계 주요 영화제의 입장은 다양하다. 칸국제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는 개막작이나 경쟁 부문 등 주요 부문에서 오티티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 칸영화제는 2017년 넷플릭스 영화인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마이어로위츠 이야기’를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가 프랑스 영화계가 크게 반발하자 입장을 바꿨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 ‘로마’에 황금사자상을 주는 등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가장 열려 있지만, 오티티 영화도 일정 기간 극장 상영을 해야 초청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부산영화제의 주요 상영작은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이미 수상했거나 화제가 됐던 작품들이 대세를 이룬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노라’를 비롯해 심사위원대상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각본상 ‘서브스턴스’ 등과 선댄스영화제·베를린영화제 수상작 등 전세계 주요 영화제의 화제작들이 대거 상영된다. 영화제를 즐겨 찾는 관객들에게는 벌써 입소문이 난 작품들이라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부산을 아시아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발돋움하게 한 새로운 아시아 영화의 발굴과 소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영화 특별전을 기획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포르투갈 감독 미겔 고메스 특별전, 10대 영화 기획전, 이선균 유고전 등으로 채워졌다. 방탄소년단(BTS) 알엠(RM)의 두번째 개인 앨범 제작기와 입대 전 개인적인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대규모 야외 상영 전석이 매진됐다.



영화제는 11일까지 영화의 전당과 센텀시티 주변 7개 극장, 남포동 비프광장, 수영구 민락수영공원 등에서 열린다.



부산/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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