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확전 양상
헤즈볼라 수장 살해 보복 180발 쏴
예루살렘·텔아비브서 연쇄 폭발음
전면전엔 선 그은 이란… 이스라엘 내부선 ‘핵시설 타격’ 논의
4월 공습과 비교 땐 강도 높아져
속도 빠른 탄도미사일 먼저 발사
바이든 “美, 이스라엘 완전히 지지”
러는 “바이든 행정부, 중동서 실패”
유엔 총장 “확전 규탄” 입장 내자
이스라엘 ‘외교상 기피 인물’ 지정
尹, 긴급 경제·안보점검회의 주재
교민 철수에 軍 수송기 투입 지시
이란 미사일 요격하는 아이언돔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도시 아슈켈론의 하늘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이스라엘군의 아이언돔 등 대공 방어망이 요격하고 있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살해에 대한 보복을 공언해온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아슈켈론=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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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에서 “점령지(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중요한 군사·안보 목표물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면서 “이스라엘 군사기지 3곳이 타격받았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어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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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은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 살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루어진 4월 13~14일 공격 이후 약 5개월여 만이다. 이란 국영 TV도 이란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200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이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미사일이 이란 카라지, 케르만샤, 이란령 아제르바이잔 소재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항공우주 기지 등에서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도 이란이 약 180발에 달하는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30분경 이란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사실이 포착되자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방공호 대피령이 내려졌다. 외신들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이란의 주장과 달리 이스라엘은 대공 방어망을 통해 미사일을 대부분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규모 미사일 발사 이후 나오고 있는 피해 상황을 감안해 보면 이스라엘의 주장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미사일 일부가 이스라엘 중부와 남부에 타격을 입혔을 뿐으로, 인명 피해도 서안지구와 이스라엘 내에서 1명 사망, 2명 부상이 전부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사이의 쇼레쉬 지역 고속도로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로 공습경보가 울리자 도로변에 몸을 피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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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 4월 공습과 비교하면 이번 공습의 강도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가디언은 4월에는 이란이 공습 사실을 주변국에 며칠 전부터 사전 통보했고 훨씬 더 느린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먼저 발사했지만, 이번에는 불과 공습 3시간 전 미국을 통해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고, 먼저 발사한 것도 비행시간이 12분 정도로 속도가 빠른 탄도미사일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이 서로 체면을 살리기 위한 ‘약속대련’을 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시선까지 일부 제기됐던 당시 공습과 비교하면 이번 공습은 훨씬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이란의 공습은 지난 4월 공격 규모의 약 두배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공습이 군부와 정부 온건파가 며칠간 격렬한 토론을 한 끝에 나온 것으로, 군 지휘관들이 결국 이겼다고 보도했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에서 바라본 레바논 남부 지역에 이스라엘군의 포격이 가해지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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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와 하마스라는 ‘저항의 축’ 양대 기둥 지도자가 모두 이스라엘에 살해당한 굴욕을 당한 이란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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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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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란은 이번에도 상황을 이스라엘과 전면전으로 몰고 가지 않기 위해 ‘선’을 지키는 모양새다. 공습 전 미국 등에 사전통보 자체는 이루어진 데다 공습 이후 아바스 아라치 이란 외무장관이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 체제가 추가 보복을 도발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란의 조치(군사적 보복)는 종료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제재 해제 등 당면한 경제문제 해결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포함한 온건파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내각회의에서 “이란이 큰 실수를 했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한 상황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며칠 내로 이란 내 석유생산 시설과 다른 전략적 요충지를 겨냥해 상당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유력한 목표물로 이란 내에 있는 석유 시설을 지목하고 있지만, 일부는 유력 인사 암살이나 방공 시스템 파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피한 시민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대규모의 미사일 공습에 나선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중부 로시하아인에서 시민들이 미사일과 이스라엘 대공 방어망의 요격으로 파괴돼 떨어지는 미사일 파편 등을 피하기 위해 도로 한쪽에 대피해 있다. 로시하아인=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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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자는 논의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날 미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이란도 이스라엘과의 전면 대립이 불가피해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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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이러한 미묘한 정세에 국제사회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분명히 말하는데 미국은 이스라엘을 완전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중해 동부에서 작전 중이던 미군 구축함 2척에서 12발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소수의 이란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격추해 ‘이스라엘 방어’ 약속을 이번에도 굳게 지켰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우방국인 영국과 독일도 각각 이란을 향해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과거 식민지배의 영향 속 레바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의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확전과 공격, 직접적 분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중동에서 긴장 고조가 이어지고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규탄한다”며 “휴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일 “이란의 사악한 공격을 단호하게 비난하지 못하는 이는 이스라엘 영토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다”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유엔 사무총장을 외교상 기피 인물로 선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우리 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할 것을 지시하고, 중동 지역의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군 수송기의 행선지와 기종, 규모 등은 교민 철수 작전이 종료된 이후 공개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관계 부처·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운영할 것을 함께 주문했다.
서필웅·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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