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대금 임의 사용’ 묻자 부인해
큐익스프레스 대표도 소환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1부장)은 이날 오전 구 대표를 1조4000억원대 사기·5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구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이 ‘큐텐이 계열사 정산대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인정하냐’고 묻자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검찰은 구 대표가 티메프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지급됐어야 할 정산대금을 유용해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를 인수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데, 이를 부인하는 취지다.
구 대표는 ‘큐텐이 위메프가 티몬에 빌려준 차입금 52억원을 빼돌려 사용한 정황이 나왔는데 어떤 입장이냐’ ‘대금 정산 주기를 늘리라고 직접 지시한 것이 맞느냐’ ‘미정산 사태의 정점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큐텐 그룹 산하 쇼핑몰의 물류 배송 업무를 담당하는 큐익스프레스의 마크 리 대표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티메프의 역마진 상품의 판매가 늘어나면 티몬‧위메프의 손실이 누적되고, 큐익스프레스의 매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검찰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구 대표가 실적을 늘리기 위해 역마진 상품 판매를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구 대표가 역마진 상품 판매를 직접 지시했나’ ‘위시 인수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진술이 있다’는 취재진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1차 조사 당시 구 대표가 재무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알면서도 돌려막기식 영업을 하는 데 관여했는지, 티메프 등 각 계열사 재무팀을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로 이전·통합한 구조를 활용해 계열사 자금을 임의로 사용했는지, 이 과정에서 구 대표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간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 등을 조사하며 “구 대표가 미정산 사태의 정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에게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자금 흐름을 보고했고, 이로 인한 위험성도 경고했다는 것이 핵심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술이라고 한다.
검찰은 구 대표를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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