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밝혀라” “韓 끌어내리기” 친윤·친한 ‘도돌이표 공방’ 이어져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자지원법 입법 발의 국민 보고회’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이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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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비판 글 작성자가 누구냐를 두고 3주째 내부 갈등을 빚으면서 민생·쇄신 드라이브를 걸 골든 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한 대표 가족이 쓴 글이 맞는지 밝히라”는 친윤계와 “한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김옥균 프로젝트”라는 친한계가 매일 공방을 벌이며 갈등이 내분(內紛)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해 이달 초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조성됐던 여권의 쇄신 동력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26일에도 계속됐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등에서 “한 대표 또는 한 대표의 리더십을 끌어내리기 위해 이런 일련의 일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친윤계 인사들이 한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해 당원 게시판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비한 성향 윤상현 의원은 “작성자가 가족이라면 (한 대표가) 사과하고 빨리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친한계는 “가족이 썼는지를 밝히면 또 다른 꼬투리를 잡아서 공격할 것”이라고 맞서면서 ‘도돌이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3선 중진 의원 10여 명은 지난 25일 만찬을 갖고 사실관계를 빨리 확인해 논란을 정리해 달라고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여권의 쇄신 동력도 급격히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수도권·지방 격차 해소’ ‘노동 약자 지원’ ‘청년·여성’ 등과 관련된 여러 민생 일정을 소화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 이어 위증 교사 사건에서도 유죄가 선고될 것을 예상하고, 이를 기점으로 민생에 올인해 민주당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세워 놓았었다. 하지만 전날 위증 교사 1심 재판에서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아 정치적 모멘텀을 마련한 반면, 한 대표는 당원 게시판 논란에 발목이 잡힌 셈이 됐다.
전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과 오찬을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참석자들은 “당정이 의기투합하는 자리였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쇄신에 치중하기보단 세(勢)를 과시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이탈 표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인적 쇄신과 관련해 “인사에는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대표 측은 이번 주 중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한 대표 명예를 훼손한 인사들을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여당이 당원 게시판을 두고 연일 치고받을 만큼 나라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이제 민생을 돌봐야 할 때”라고 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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