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대중국 독성은 같다"…북중러 관계 등 복잡한 셈법 속 美 대선 결과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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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을 만드는 성분이 약간 다를 뿐 둘 다 독배다."
지난 30년간 중국을 연구해 온 중국전문가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가 최근 베이징 현지 한 조찬강연에서 한 이 말은 중국 정부가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요약해 보여준다. 한중 관계 악화 속에서 한국 언론이 중국 관료들과 접촉할 기회가 극도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문 교수의 분석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정부는 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재 중국에 대한 억제와 봉쇄, 압박 일변도인 미국의 대중정책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다만 미국 역시 중국과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나 경제사회적인 단절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새 집권세력과 언제든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갈등 해소의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거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중 정강정책은 대동소이하다. 두 사람은 중국을 억제하고 관세정책 등을 통해 무역적자를 축소하겠다는 점에서 사실상 목표지점이 같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당선되면 첫 통화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국 물품 수입 확대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반도체 핵심 공급체인인 이른바 '칩4' 동맹 강화를 내세운 것도 대중국 압박용이다.
반면 외교전술 측면에선 차이점도 있다. 해리스 후보는 대만을 확실하게 미국 우산 속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후보의 입장은 애매하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대만을 대중국 협상카드로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미국에 무역 측면에서 확실한 이익을 안겨준다면 트럼프가 대만 문제에 있어 한 발 뒤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트럼프의 당선을 바라는 건 아니다. 무역·국방 등을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트럼프가 더 다루기 쉽다는 진단도 있지만 중국 지도부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 교수는 "중국 정부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가 비용을 지불한 만큼 양보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 번 속아보니 두 번 믿을 인물은 못 되더라는 거다. 이 역시 트럼프와 해리스가 모두 독배로 작용할거라는 판단의 근거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새 정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으로 대표되는 신냉전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경쟁관리파, 상대적으로 가장 유연한 협상파 등 미국 새 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중용하는지 확인한 후 대미 전략을 짜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는 북중 관계 설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하고 있는 북한은 중국일변도 외교전략에서 벗어나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중국을 흔드는 수준까지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과 직접 소통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중국으로서는 북·미관계에 특단의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중국의 대미 전략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한반도 상황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세 안정은 물론 경제안보적 측면에서 미중관계 변화는 가장 큰 변수다. 특히 큰 틀에서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공급망 내 입지 확대를 꾀하는 한국엔 더 그렇다. 기업들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국제관계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베이징(증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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