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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의 확전, 방관하는 듯하지만…‘미, 통제력 상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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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9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에서 폭발 연기가 치솟고 있다. 티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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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 격화에 따른 중동 전면전을 막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잇단 강공으로 확전 우려를 키우는 이스라엘을 억제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겠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헤즈볼라는 물론 이란과 전면전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사람들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외교적 길이 올바른 경로”라고 말했다. 레바논 국경 지대의 이스라엘인들이 귀환하려면 휴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은 동시에 하산 나스랄라 등 헤즈볼라 지도부 사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견제 의지도 강조하고 있다. 커비 보좌관은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는 “헤즈볼라는 확실히 일주일 전의 헤즈볼라가 아니다”라며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를 반겼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정의로운 조처”라고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란과 그 파트너, 대리 세력들이 지금 상황을 이용해 미국인이나 미국의 이익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모든 조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또 중동 근해의 미국 해군력은 공격용 항공기들이 뒷받침한다며 “며칠 안에 방어를 위한 항공 지원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에 이어 헤즈볼라와의 충돌에서도 휴전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강공을 이어가는 상황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커비 보좌관은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사살 작전을 사전에 미국에 알리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이륙한 뒤에야 이를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뉴욕에 있을 때 공습을 명령한 것도 미국의 체면을 구겼다. 네타냐후 총리 쪽은 전화로 명령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결국 미국이 이스라엘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이란 견제에 집중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억제시킬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커비 보좌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이 철통같다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어려운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며,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인 보호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지도자들의 이견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의 평화로 이어진 1978년 캠프데이비드협정과 1994년 이스라엘-요르단 평화협정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중동 정세를 안정시킬 능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은 군사 원조를 지렛대로 이스라엘에 입김을 행사해왔지만 이제는 전략적 고려와 국내 정치적 배경에 토대를 둔 동맹을 무기 공급 제한 등으로 흔들기가 어렵다고 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은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이 변한다면 서서히 변할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 이스라엘의 독주를 쉽게 제어할 수 없다고 보고 대담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도 이해되는 말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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