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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교육계서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잇따라…아연실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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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금의 실천이 내일의 역사입니다’라는 주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이 5월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2002년 4월27일 노 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 후보 확정 연설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5천여명의 추모객이 추도식을 찾았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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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한 중학교 사회 과목 시험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지문이 실려 논란이 이는 가운데, 교육계에서 잇따르는 노 전 대통령 비하 사건에 대해 교육당국이 철저히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해을이 지역구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극우 유튜브, 커뮤니티에나 나올 법한 황당한 내용이 다른 데도 아니고 중학교 시험문제에 버젓이 등장할 수 있는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경남도교육청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남의 한 중학교 2학년 사회과목 2학기 1차 자필 평가 시험에서 ‘사회화의 역할’을 묻는 서술형 지문이 출제됐다. 지문을 요약하면 ‘봉하마을에 살던 윤○○는 행방불명돼 10여년이 지나 동네 뒷산에서 발견됐고, 사회로 돌아온 이후에도 말을 배우지 못하는 등 적응하지 못하다가 스스로 뒷산 절벽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다. 봉하마을이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해당 학교와 마을이 불과 27㎞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학생들이 충분히 김해 봉하마을을 떠올렸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은 “교육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교육당국은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상을 정확히 밝혀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고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2015년 6월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자신이 영어로 강의하던 미국계약법 기말고사에 “‘Roh’(노)는 17세이고 지능지수는 69였다. 그는 6세 때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뇌의 결함을 앓게 됐다”거나 “‘빚 떼먹는 사람 대중’(Dae-jung Deadbeat)이 ‘흑산도’(Black Mountain Isle)라는 이름의 홍어 음식점을 열었다”는 등 노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의 시험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는 이 교수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2018년 12월 대법원은 “해당 시험문제는 학문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며 건호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교학사는 2018년 8월 펴낸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최신기본서’에 드라마 ‘추노’ 출연자와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실었다가 큰 비판을 받았다. 해당 사진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할 목적으로 유통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교학사는 사과문을 내고 온·오프라인에 배포된 교재를 전량 수거해 폐기했다. 하지만 노무현재단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고, 건호씨와 집단소송인단 1만7264명은 2019년 5월 교학사를 상대로 1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0년 2월 노무현재단은 법원의 화해권고가 확정됐다고 밝히면서 “재판부는 피고(교학사)에 노무현시민센터 후원계좌에 5000만원을 송금할 것과 원고(유족)의 선택에 따라 조선·중앙·동아일보 중 1개 신문에 사과문을 게재하거나 또는 3000만원을 센터에 추가 송금할 것을 화해권고의 내용으로 제시했다”고 전한 바 있다.



2021년 2월에는 경기 여주교육지원청이 자체 제작한 홍보영상물에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간베스트’ 이미지를 사용했다가 항의 댓글이 잇따르자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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