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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용산, 독대 재요청에 묵묵부답… 韓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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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대 논란 핵심은 ‘김여사 문제’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등과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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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25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거듭 요청한 것과 관련해 “정무적인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한 대표는 전날 있었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과 별도 독대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대통령실에 요청했었다. 하지만 만찬에서 독대는 성사되지 않았고, 한 대표는 만찬 직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독대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여전히 독대의 의제 등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윤·한 두 사람의 독대는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한 독대’를 둘러싼 논란 기저에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깔렸다는 분석이 여권에서 나온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단둘이 논의하려는 의제 중 하나가 김 여사 문제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전날 만찬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 관련 사안도 독대 의제냐’는 질문에 “여러 (논의) 사안이 있는데 그것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한 대표가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한 모종의 건의를 할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기 때문에 독대를 수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논란이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에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부인 관련 사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없으니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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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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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전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여사에게 디올 백을 건넨 최재영씨를 기소하라고 권고하면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처분이 다시 정치권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처분이 결정되지 않았고, 최근 일부 매체와 야권에선 김 여사 관련 추가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여사 관련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여권 전체에 충격이 쌓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김 여사를 향해 제기된 각종 의혹이 부풀려지거나 근거 없는 야당의 공작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은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를 요구하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자기 정치를 하며 대통령을 궁지로 모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집권 여당 대표가 야권의 과도한 공격을 받는 대통령 부인을 방어하기는커녕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대통령 공격에 편승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는 지난 대선 때부터 야권의 집중 타깃이 돼 각종 억측과 의혹에 휩싸이면서 악마화된 측면이 있다”며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윤 대통령은 근거 없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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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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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한 대표와 친한계,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이날도 독대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날 만찬과 관련해 “현안 관련 이야기가 나올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라며 “윤 대통령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게 무슨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반면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대표 측에서) 돌아가면서 발언할 기회도 없었다고 하는데, 한 대표는 바로 대통령을 마주 보고 있어서 이야기를 꺼낼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만찬 당시 자유롭게 대화하는 상황이었고, 발언 기회를 막거나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정작 만찬에서 현안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서 뒤늦게 자기 이미지 제고를 위해 ‘대통령실의 불통’ 프레임을 퍼뜨리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유흥수 전 주일 대사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산적해 있는 민생과 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정이 서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여권의 총체적 파국을 막으려면 윤·한 두 사람이 만나서 풀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여전히 직접 소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이나 홍철호 정무수석 등을 거쳐 윤 대통령과 간접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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