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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사설] 최 목사 명품백 ‘청탁’ 인정, 김 여사 법리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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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25일 오전 명품백 청문회 위증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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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제공한 최재영 목사에 대해 ‘청탁 목적’을 인정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6일 수심위에서 명품백을 받은 김 여사에겐 ‘직무 관련성’과 ‘청탁 대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검찰 무혐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권고를 내린 것과는 정반대의 결론이다. 결론이 엇갈린 데는 김 여사 수심위가 최 목사 측의 증언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고 결정한 것이 커 보인다. 검찰이 수심위 결과를 기계적으로 수용해서 ‘김 여사는 불기소, 최 목사는 기소’로 결론 내리거나, 두 사람 모두 불기소한다면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이번 수심위에서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제외하고 15명 위원 중 과반수(8명)가 기소 의견, 7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 외부 위원 중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구성원이 다르다고 해도, 앞서 김 여사 수심위에서는 만장일치 ‘불기소’ 의견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다. 김 여사 수심위가 최 목사 측 출석을 배제하고, 검찰 수사팀과 김 여사 측 변호사의 증언만을 집중 청취했던 것이 균형을 잃은 이유로 볼 수 있다. 향후 공정한 수심위 운영을 위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검찰의 수사 부실이라 하겠다. 최 목사 측은 명품백 선물이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을 청탁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관련 증거들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청탁금지법에 공무원 배우자는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만 강조했다. 이번 수심위에서 ‘청탁 목적’이 인정된 이상,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인 김 여사에게 뇌물죄,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는 법리는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검찰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검찰과 함께 정권 불신 분위기가 가열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최근 제기된 여러 공천 개입 의혹까지 합쳐져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대통령실과 검찰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성역 없이 공정하고 원칙적으로 처분하는 것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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