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與지도부, 용산서 회동
이날 만찬은 지난 7·23 전당대회 다음 날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등이 참석한 만찬 이후 두 달 만에 이뤄졌다. 7월 만찬 때는 윤 대통령 등이 맥주를 곁들인 건배사를 하며 2시간가량 만찬이 이어졌지만 이날은 술 대신 오미자 주스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경내 야외에서 국민의힘 한동훈(가운데) 대표, 추경호(오른쪽) 원내대표 등과 이야기하며 걷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하고 여야 관계와 국회 국정감사, 원전 생태계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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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만찬 시작 전 한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여기 처음이시죠? 지난주까지만 해도 너무 덥고 다음 주 되면 더 추워져서 저도 여기서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함께 먹게 됐다”고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가을에 (이곳이) 만들어진 후에 (만찬을 하는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만찬 메뉴를 설명하며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원래 바비큐를 직접 구우려고 했었다”라고도 했다. 최근 감기에 걸린 윤 대통령이 후식으로 아이스 라테를 주문하며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라고 하자 한 대표는 “대통령님 감기 기운 있으신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으시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 성격을 “신임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여당 지도부가 완성된 이후 상견례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를 여당에 공유하는 자리도 겸했다는 것이다. 여당에선 만찬을 앞두고 추석 민심과 정부에 대한 건의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는 당에서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최고위원과 대변인 등 14명이,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12명이 참석했다.
한 대표가 만찬을 며칠 앞두고 대통령실에 요청한 윤 대통령과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대표는 독대가 성사되면 의정 갈등 해법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 등의 민심을 전하고 윤 대통령과 해법을 모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20명이 넘는 인사들이 단체로 만찬을 하는 자리에선 이런 현안들은 의제로 오를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특히 이날 만찬 행사에선 당대표 인사말 순서가 없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인사 말씀해 주시죠’라고 마이크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현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또 만찬이 야외 대형 테이블에서 이뤄져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이날 만찬 석상에서는 윤 대통령이 원전 수출 등 체코 방문이 주된 화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의 원전 관련 설명에 의원들이 ‘원전 전문가가 다 되셨다’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에 수출한 원전) 2기에 24조원을 (야당이)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며 “AI(인공지능) 반도체 등으로 전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대안이 원전밖에 없다”라고도 했다고 한다.
두 달 전 만찬 때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에게 “한 대표를 외롭게 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날 만찬에선 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우리 한 대표’라고 두 차례 불렀다”고 만찬 참석자는 전했다.
한 대표는 이날 만찬이 마무리될 무렵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이른 시일 내에 윤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독대 추가 요청을) 언론에도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지난 23일에도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여권에선 다만 당분간 독대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여당 고위 인사는 “결국 한 대표가 정치적으로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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