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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하는 야구팬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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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는 막을 내렸지만 지난 6일부터 열린 FA 시장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야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FA 시장 선발 투수 최대어였던 엄상백이 한화로 이적했고, 롯데 마무리 김원중이 원 소속팀에 잔류한 데 이어 11일에는 올해 불펜 최대어로 꼽히던 KIA 장현식이 4년 최대 52억원에 LG로 향하는 대형 이적이 성사됐다.
해마다 FA 시장은 이른바 ‘먹튀(먹고 튄다)’로 불리는 과잉 투자 논란이 팬 사이에서 끊이질 않는다. 평가가 주관적이다 보니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통상 야구계에서는 WAR로 불리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FA 영입 성패의 평가 기준으로 본다. 국내 리그를 기준으로 보면 1시즌에 WAR이 5를 넘으면 최상위권 선수라고 보고, 7이 넘으면 그해 리그 MVP급 선수로 평가한다. 올해는 KIA 김도영이 WAR 8.32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NC의 외인 선발 카일 하트가 6.93으로 2위를 차지했다.
FA 영입 선수의 경우 야구계에서는 WAR 1당 4억~5억원이면 대박, 6억대는 보통, 7억이 넘어가면 실패한 영입으로 본다. 타자 중에 FA 대박 사례로 꼽히는 건 이번 FA 시장에서 SSG와 4년 110억원에 세 번째 FA 계약을 맺은 최정이다. 최정은 2015시즌 전 처음 FA 자격을 취득해 지난 10시즌간 SSG와 2번의 FA 계약으로 10년간 총액 192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 기간 최정은 48.96 WAR을 기록, WAR 1당 3.92억원을 받았다. 따라서 SSG 입장에선 최정과 가성비가 아주 높은 FA 계약을 맺은 것이다. 연 평균 124개의 안타를 쳤고 33개의 홈런을 쳤으니 안타 1개당 1500만원, 홈런 1개당 5800만원 정도의 몫을 한 셈이다. 이번에 최정이 4년간 110억원 전액 보장의 FA 계약을 체결한 건 SSG가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지난 10시즌간 최정이 연봉 대비 뛰어난 활약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해준 측면도 있는 셈이다.
반대로 WAR 1당 6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계약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23시즌 전 이뤄진 FA 영입 중 기대 이하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한화는 LG 거포인 채은성을 6년간 90억원에 계약하며 7년 만에 첫 외부 FA 영입을 성사시켰다. 채은성은 LG 시절인 2018시즌에 WAR 4.28을 기록한 이후 2022시즌까지 5시즌 동안 시즌 평균 2.70의 WAR을 벌어줬던 선수.
따라서 계약 당시 WAR 1당 6억원으로 보고 연평균 15억원을 보장한 건 나쁘지 않은 계약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2시즌 동안 채은성은 연평균 WAR 1.64로 LG 시절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WAR1 당 9.15억원을 한화가 내줬으니 일단 현재로선 손해 본 계약을 한 셈이다.
롯데 입장에선 4년간 총액 80억원에 LG에서 데려온 유강남과 NC에서 활약하던 거포 유격수 노진혁을 4년 50억원에 데려온 게 현재로선 뼈아프다. 계약 당시 유강남은 2017시즌부터 6시즌간 연평균 2.75 WAR를 벌어준 장타 능력에 포수로서의 프레이밍 능력 등을 높게 평가했지만, 막상 롯데에선 지난 2시즌 동안 연평균 1.13 WAR에 그쳤다. 설상가상 올해부터 ABS(볼 자동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며 특유의 프레이밍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올 시즌 타석에서도 1할대 극도의 부진을 보이다 무릎 수술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롯데 입단 전 4시즌 동안 NC에 연평균 3 WAR을 벌어준 노진혁에게 해마다 12.5억원을 보장한 건 나쁘지 않은 계약처럼 보였다. 하지만 노진혁은 팀 적응에 실패한 데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2시즌 내내 컨디션 난조를 보였고 지난 2시즌간 연평균 WAR이 1.09에 그쳤다. 현재로선 WAR 1당 11.5억원을 준 실패한 투자로 볼 수밖에 없다.
2023시즌 전 4년 46억원에 두산에서 NC로 팀을 옮겼지만 잦은 부상에 주전 자리를 잃은 박세혁, 두산에서 맹활약하다 2021년 삼성과 4년 50억원에 계약한 거포 오재일도 이후 기량이 하락하면서 사실상 실패한 FA 영입으로 평가된다.
투수의 경우 WAR이 타자보다 낮게 잡히는 경향이 있어 여러 지표로 평가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투수 FA 영입 실패 사례로는 2023시즌 전 원종현의 키움 영입과 2022시즌 전 백정현의 삼성과의 FA 계약, 2023시즌 전 SSG 불펜 이태양을 한화가 영입한 것이 꼽힌다. 원종현과 이태양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키움이 불펜 보강을 위해 36세 노장이던 원종현에게 4년간 25억원을 보장했지만 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장기간 이탈했고 올 시즌에도 4경기 출장에 그쳤다. 역시 불펜 보강을 위해 한화가 4년 25억원에 영입한 이태양도 매 시즌 100이닝 이상 소화한 여파가 컸었던지 올 시즌에 초반부터 극도의 부진을 보였고 결국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삼성으로선 백정현이 아픈 손가락이다. 2021 시즌 27경기에서 14승5패 WAR 6.2라는 역대급 성적을 거두며 2022시즌 전 4년간 38억원의 FA 계약을 맺었지만 백정현은 지난 3시즌 동안 17승 23패에 연평균 WAR은 1.83으로 추락했다.
그럼 올해 성사된 FA 영입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4년간 최대 78억원(연 평균 19.5억원)을 보장받은 한화 선발 엄상백은 최근 3시즌간 연평균 13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 10승에 WAR 4를 벌어줬다. 최근 3년간 연평균 25억원을 받은 KIA 양현종이 연평균 170이닝 이상, 선발 11승, WAR 4.21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엄상백에게 이전 3시즌보다 조금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년간 최대 50억원(연 12.5억원)을 보장받은 심우준은 향후 시즌 평균 2~2.5 WAR을 기대한다고 볼 수 있는데, 심우준이 역대 가장 높은 시즌 WAR이 2.92인 걸 감안하면 수비와 주루에서 무난한 활약을 기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4년간 최대 54억원에 롯데에 잔류한 김원중은 2020시즌부터 마무리로 전환한 뒤 5시즌 동안 132세이브, 시즌당 26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번 계약이 연 최대 13.5억원을 보장하는 걸 감안하면 앞선 시즌을 기준으로 1세이브당 5000만원 정도의 평가를 해준 것. 다만 삼성 마무리 오승환이 지난 4시즌 동안 대략 1세이브당 3000만~3500만원 정도의 몫을 한 걸 감안하면 김원중에게 보다 더 나은 활약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이번 시장에서 다른 팀의 제의를 거부하고 팀에 잔류한 충성심을 추가로 보상한 계약으로 볼 수 있다.
불펜 FA 영입은 평가가 더 어렵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이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한 것을 성공 사례로 따져볼 순 있다. KT에서 최근 3시즌간 30세이브 이상을 하고 올 시즌 삼성과 4년 58억원(연 평균 14.5억원)에 계약한 김재윤은 올해 11세이브25홀드를 기록했다. 1세이브·홀드 당 약 4000만원 정도의 몫을 했다. 키움에서 26세이브를 달성한 뒤 삼성으로 2년 8억원에 이적한 임창민은 올 시즌 28홀드를 기록, 홀드당 약 1430만원의 몫을 했다.
이번에 LG로 이적하며 4년에 52억원(연 13억원) 전액을 보장 받은 장현식은 올해 16홀드를 기록했고 지난 4시즌간 연 평균 18.5홀드를 기록했다. 장현식의 경우 스탯보다 기량이 더 뛰어나고 이번 FA 시장에서 확실한 불펜 매물이 희소한 점을 LG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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