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초 3학년 2반 전지호 학생의 편지. 태극기 그림과 함께 "나중에 군대를 가면 형들처럼 열심히 훈련을 받겠다"고 적었다. /정대준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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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 근무자’에 대한 존중의 필요성을 가르친 선생님과 이에 손편지 28통을 쓴 초등학생들의 일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국가보훈부는 “조만간 선생님과 학생들을 초청해 ‘편지 전달식’을 열고 학생들에게 제복 근무자들의 일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가동초등학교 3학년 2반 담임교사 정대준(30)씨는 지난달 18일 예비군 2년 차 기본 훈련에 참가했다. 예비군 훈련을 간다는 정씨에게 학생들은 “군대가 정말 힘드냐?”는 질문을 쏟아냈고, “그렇다”는 정씨의 대답에 “군대 진짜 가기 싫다” “나는 군대 안 가도 돼서 좋다”며 좌절하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학생들의 모습에 정씨는 “최근에 전역한 내가 학생들에게 군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주말 동안 이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 계속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정씨는 국가보훈부에서 지난 7월 올린 ‘또 하나의 국가대표’ 유튜브 영상을 봤다.
군인뿐 아니라 소방관, 경찰, 교도관 등 제복에 태극기를 달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이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제복근무자 감사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상이다. 이를 접한 정씨는 교육 범위를 군인을 넘어 제복 근무자로 확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가동초 3학년 2반 김민서 학생의 편지.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은 멋지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적었다. /정대준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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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군복을 들고 학교에 간 정씨는 2시간 동안 군복을 입고 초등학생들에게 제복 근무자들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경기 구리에 위치한 7군단 소속 통신대대에서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군 복무를 했다는 정씨는 학생들에게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며 최근 북한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을 간략히 소개했다.
이어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가 지금 누리는 평화는 밤잠을 설쳐가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 덕”이라며 “소방관과 경찰 등도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앞장서서 달려오는 분들”이라고 교육했다. “식당에서 제복 근무자를 만나면 고개 숙여 감사하는 미국의 문화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우리도 적극적으로 그들에 대한 감사와 존중을 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정씨는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제복 근무자들에게 손 편지를 써볼 것을 제안했다. 정씨는 “재작년과 작년에도 비슷한 내용을 교육하긴 했지만, 편지 쓰기는 처음”이라면서 “놀랍게도 당일 결석한 한 명을 제외하고 24명의 학생이 모두 편지를 썼다. 심지어 4명은 2통씩 썼다”고 뿌듯해했다.
정씨는 “교육 이후 학생들이 하나같이 ‘군인이 멋있어 보인다’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며 “제복 근무자들에게 상처가 되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간접 경험만으로도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인식이 바뀌는 걸 보면서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느낀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보며 내년에도 비슷한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으로 그들의 제복 근무자들에 대한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동초 3학년 2반 이준수 학생의 편지. 경찰관에게 "도둑과 강도를 잡아주시고 교통 질서를 유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정대준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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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받은 학생들도 “제복 근무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최유안(9)양은 “선생님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군대를 무섭고, 힘든 곳으로만 생각했다”며 “수업을 들은 이후로는 군대는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분들이 모인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소방관이나 군인, 경찰을 길에서 만나면 꼭 ‘춥던 덥던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이런 수업을 해주신 선생님께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장이 장래 희망이 됐다는 김지윤(9)양은 “평소 경찰 아저씨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드릴 정도로 그분들에 대해서는 감사함이 컸다”면서 “소방관과 군인 아저씨들은 내 삶과 관계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소방관과 군인들도 나라를 지킨다는 점에서 경찰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그분들을 만나면 평소 안 했던 인사까지 만회한단 느낌으로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국가보훈부도 정씨와 학생들의 선행에 환영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정씨가 국가보훈부에 편지를 전달할 방법을 문의해왔다”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자의적으로 보훈 교육을 하고, 손 편지를 써준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만간 보훈부장관이 정씨와 학생들, 제복 근무자들을 초청해 ‘편지 전달식’을 열고 학생들로 하여금 제복 근무자들의 일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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