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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분양권 파세요…양도세 대신 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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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매수자가 매도자 대신 양도세 부담을 지는 '손피 거래' 매물이 등장하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 전경.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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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세금을 높게 매기니 결국 '손피 거래'로 매수자에게 비용이 전가되고 있습니다."

신규 주택 공급 부족 우려로 분양권 인기가 치솟고 있다. 분양권은 단기 보유 시 양도소득세율이 최고 70%에 달하는데, 수요 문의는 많지만 공급이 적다 보니 세금 부담이 매수자에게 전가되는 손피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손피 거래(손에 쥐는 프리미엄 의미) 매물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와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총 1063가구) 등 신축 대단지 전매제한이 풀리며 손피 거래를 희망하는 매물이 나오고 있다.

손피 거래란 분양권 프리미엄을 그대로 매도자의 손에 쥐여주는 거래를 뜻한다. 쉽게 말해 매도자가 부담해야 할 양도세를 매수자가 대신 부담하는 거래다. 이는 불법이 아니다.

현재 분양권 단기 거래엔 양도세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1년 미만 보유 시 차익의 77%(지방소득세 포함), 1년 이상~2년 미만 보유 시 차익의 66%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분양가가 10억원이고 매매가가 15억원이라면 1년 이상 보유한 매도자의 경우 차익 5억원에 66%를 곱한 3억30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하는 것이다. 프리미엄은 5억원이지만 실제 손에 쥐게 되는 건 1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손피 거래에서 매수자가 양도세 부담을 지게 되면 세금이 더 높아진다. 차익 5억원에 66%를 곱한 1차 양도세 3억3000만원과, 3억3000만원에 다시 66%를 곱한 2차 양도세(2억1780만원)를 더한 5억4780만원을 매수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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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양도세 계산 관련 질의에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최초 1회에 한해서만 세액을 양도가액에 합산하면 된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일반 거래라면 분양권을 15억원에 구입할 수 있었지만, 양도세 부담이 전가되며 결과적으로 20억4780만원에 구입하게 되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1년 미만 보유한 분양권의 양도세율은 70%에서 45%로, 1년 이상에 매기는 60% 중과세율은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6개월이 넘도록 세율을 낮추기 위한 법안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관부처인 기재부도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양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이 작년과 달라져 세율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세수가 부족한 정부 입장에서 양도세를 굳이 낮출 유인이 적어 세율 완화 추진을 중단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단기 보유 분양권에 대한 높은 양도세는 '다운 거래' 등 불법 거래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직거래를 통해 계약서상 매매가를 낮추고, 별도로 돈을 건네는 방식으로 양도세를 회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법으로, 정부에서도 '직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매수자에게 양도세 부담이 전가되는 손피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손피 거래는 결국 신규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세무사)은 "신축 품귀 현상으로 인해 매수자는 매도자의 양도세까지 부담해 비싼 가격에 분양권을 구입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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