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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韓 상장 기업, GDP 대비 과도하게 많다"...좀비기업 퇴출에 속도내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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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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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 수가 시가총액·국내총생산(GDP) 대비 과도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벤처 활성화 정책으로 증시에 입성한 특례상장 기업들이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전락한 사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수는 2832개, 시가총액은 2489조원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증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 상장사 수는 6773개, 시가총액은 31조1800억 달러(약 4경원)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상장사는 3584개, 시가총액은 675조10702억엔(약 6252조1002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GDP 대비 상장 기업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미국의 올해 상반기 GDP 규모는 25조4627억 달러(약 3경4020조원)으로 우리나라 GDP인 2236조원 대비 약 15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상장 기업수는 미국이 한국보다 불과 2.3배 많은 수준이다.

밸류업 벤치마크 국가인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GDP 규모 대비 상장사 수가 많다. 일본의 올해 상반기 GDP 규모는 4조2311억 달러(약 5653조원)로 우리나라 GDP 대비 2.5배 높다. 하지만 상장사 수는 한국 대비 1.2배 많은 3584개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 대비 상장사 수만 늘려 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된 기업 수는 GDP 대비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과도하다”면서 “자본시장이 제일 발전한 미국도 상장 기업수는 6000여 개로 양질의 기업 위주로 상장, 관리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한국도 GDP 규모를 감안하면 기업 숫자를 절반 가까이 줄여 상장 기업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민관 합동 투자설명회(IR)에서 “국내 증시에 들어오는 기업 숫자에 비해 나가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 것에 거래소와 공감대를 갖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나갈 수 있는 기업을 내보내 국내 증시의 평균적인 가치를 올리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주가순자산비율(저PBR) 등은 증시 퇴출의 주된 지표가 될 수 없다”며 밸류업 정책과는 별도로 기존 상장규정 등에 근거해 한계기업을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 약 7개 중 1개는 좀비기업 상태로 2년 연속 이자를 낼 돈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통화가기금(IMF) 주요국 대상 한계기업 비중(상장기업 2000~2021년 평균)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 13.4%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64개국 가운데 7번째 높은 수준이며 중위값인 11.6%를 1.8% 웃돌았다.

거래대금 역시 상위권 시총 위주로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량 상위 100대 종목은 약 56억주가 거래돼 전체(약 79억주)의 71.2%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 역시 거래대금 상위 100대 종목이 전체 거래량의 62%를 차지하고 있어 한계 기업 퇴출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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