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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상위 기업’ 숨겨주는 환경부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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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월24일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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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기 | 전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환경부는 2023년 대형사업장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측정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지난 6월 내놓았다. 예년에는 12~18쪽 정도였으나, 올해는 7쪽에 불과했다. 게다가 배출량 분석 결과라며 두 가지를 들었는데 너무 엉터리다.



첫째, 자동측정기기 부착 굴뚝 수가 전년 대비 13.2% 증가해 과학적인 대기관리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대기관리권역의 확대로 자동측정기기 부착 굴뚝 수가 증가한 것인데 이게 무슨 배출량 분석인가.



둘째, 굴뚝 1개당 배출량은 전년 대비 9.7% 감소했는데 이는 환경부와 사업장이 노력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소규모 굴뚝에 자동측정기기를 더 부착했으므로 굴뚝당 배출량은 당연히 감소한 것 아닌가.



반면, 배출량이 22만t으로 전년 대비 약 5천t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았다. 측정결과가 나왔으면 당연히 배출량 변화를 분석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자동측정기기를 새로 부착한 굴뚝을 제외한 기존 굴뚝의 배출량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고, 국민신문고 질의에는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자동측정기기 부착 굴뚝 수는 계속 증가했지만, 배출량은 오히려 계속 감소하다가 2022년부터 증가하고 있는데 환경부는 이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와 사업장의 배출저감 노력 부족 때문일 것이다. 환경부가 배출량 변화의 현황과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대기오염물질 감축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올해 보도자료에서 특히 놀라운 점은 매년 공개해왔던 ‘배출량 상위 20개 사업장 현황’을 쏙 뺀 것이다. 환경부에 이에 대해 질의하니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요약적으로 발표하기 위해 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궁금하면 환경공단 누리집에서 찾아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하고 손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숨기는 것이다.



배출량 상위 20개 사업장의 공개는 대기오염의 위협을 받는 지역주민과 국민에게 쉽고 투명한 정보가 되며, 사업장에는 지속적인 배출량 저감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이 기피하는 자료여서 환경부가 슬그머니 뺀 것인가.



2016년 측정결과에 대한 최초 보도자료에서 “배출량 공개로 지역주민의 관심과 국민의 알 권리가 확대되어 사업자 스스로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던 환경부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자각해 각성하기를 강력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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