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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세계유산 가야고분도 폭삭”…매서웠던 가을비, 한반도 남부 할퀴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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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에 한번 올 가을폭우
전남·경남 400㎜ 넘는 물폭탄
장흥선 80대 급류 휩쓸려 사망
수확 앞둔 농작물 피해도 속출

이번주 아침 20도 밑으로 뚝


유례 없는 가을 폭염이 끝나자마자 이어진 가을 폭우로 1명이 사망하고 세계 유산 일부가 무너지는 등 전국에 피해가 잇따랐다. 이번 폭우는 200년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확률의 ‘역대급 물폭탄’이었다. 한반도 상공에 머물던 비구름이 지나간 뒤 기온이 떨어져 본격적인 가을 날씨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22일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장흥군 장흥읍 평화저수지에서 A씨(89)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날 오후 장흥군 장흥읍 자신의 주택 근처에서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다. 경찰은 A씨가 불어난 물에 배수구를 발견하지 못하고 급류에 휩쓸려 숨진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내린 강한 비로 부산과 충북·경북 등 7개 시·도에서 15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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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가 침수돼 배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19일부터 21일까지 전남에는 여수산단 401.5mm를 비롯, 장흥 339.3mm, 강진 313.9mm, 순천 331.5mm가 내렸다. 유례없는 가을 폭우로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전남에서는 수확을 앞둔 논 1030ha에서 피해를 봤다.

20일과 21일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에는 이틀 새 각각 529㎜, 428㎜의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역대 9월 하루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청은 이 수치가 2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빈도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대성동고분군 일부가 무너지는 피해도 발생했다. 폭우로 고분 일부가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붕괴는 폭우가 내렸던 지난 21일 정오에 발생했다. 대성동고분군 서쪽 사면으로 가로 12m, 세로 8m가 한꺼번에 잘려 나가듯 붕괴했다. 붕괴 당시엔 많은 비가 내려 지나가던 행인 등이 없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김해시는 사고 이후 현장 일원을 통제하고 대형 덮개로 가린 상태다. 구릉 형태인 이 고분은 평소에도 시민과 관광객 등이 자유롭게 산책하거나 둘러볼 수 있도록 개방된 곳이다. 김해시는 고분 일부 붕괴 사고 후 국가유산청에 상황을 보고하고 비가 완전히 그치고 지반이 안전하고 마르고 나면 사고 원인을 규명한 후 복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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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남 김해시 대성동고분 일부가 이날 내린 많은 비로 붕괴했다. [연합뉴스]


이틀간 400㎜가 넘는 비가 내린 부산은 기록적인 폭우에도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1500건에 육박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내린 집중호우로 16개 구·군과 소방당국에 총 1456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구·군으로 접수된 피해 552건 중 도로 침수가 222건으로 가장 많았고 맨홀 관련 83건, 토사 유출 36건, 도로파손 55건, 기타 156건으로 집계됐다. 부산 사하구에서 지난 21일 땅꺼짐(씽크홀)으로 차량 2대가 빠지기도 했다.

이번 폭우의 원인은 14호 태풍 풀라산이 소멸한 뒤 만들어진 온대저기압이 비구름을 몰고 와 장마전선과 충돌한 탓이다. 가을 폭염이 길어지면서 따뜻한 공기로 가득찬 상태였는데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한반도 상공에는 강한 장마전선이 형성돼 있었다.

비가 그친 이번주부터는 본격적으로 맑고 선선한 가을 날씨에 접어들 전망이다. 다만 동해안은 23일 새벽까지, 제주도는 오전까지 5∼40㎜의 비가 더 내리고 부산과 울산은 태풍급 강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1~21도, 낮 최고 기온은 22~29도로 예보됐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크게 벌어지면서 기상청은 건강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수요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29도 이상 웃돌면서 당분간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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