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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돌봄 외면’ 광주시…하남산단 직장어린이집 폐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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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직장어린이집,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 사무실 등이 있는 하남근로자종합복지관.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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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최대 산업단지인 하남산단 노동자를 위해 광주광역시가 설립한 직장어린이집이 폐원 위기에 놓였다. 광주시와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공단)이 원생 감소와 예산 문제를 이유로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어린이집은 교대 근무를 하는 산단 노동자를 위해 밤 9시30분까지 운영하고 있어 폐원하게 되면 늦은 시간까지 어린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하남산단 직장어린이집(하남초록어린이집) 원장 ㄱ씨는 공단을 상대로 올해 운영비 일부(1억3천만원)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영유아보육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사업주는 직장어린이집 운영비 50%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데, 대표 사업주인 공단이 운영비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ㄱ씨는 지난해 12월 공단과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



하남초록어린이집은 2009년 5월 광주시가 하남근로자종합복지관을 설립하면서 같은 건물에 설치했다. 광주시는 광주광역시보육시설연합회와 위수탁 협약을 맺어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같은 해 7월 공단을 대표 사업주로 내세우고, 하남산단 입주기업 5곳을 공동사업주로 선정해 직장보육시설 인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공단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교육부의 어린이집 정보공개 누리집을 보면 하남산단에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을 제외하곤 하남초록어린이집이 유일한 야간 연장형 직장어린이집으로 등록돼 있다.



공단은 하남초록어린이집이 직장어린이집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ㄱ씨가 공개한 공단의 답변서를 보면 공단은 ㄱ씨와의 위수탁 협약 체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영유아보호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직장어린이집이 아니라고 적시했다. 참여 사업주 6곳은 직장보육시설로 인가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동의서를 작성했을 뿐 실제 운영자는 광주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단은 위수탁협약서에 ‘광주시의 보조금 범위 내에서 운영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나와 있어 운영비 절반을 지원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광주시는 지난해까지 하남근로자종합복지관 운영 지원비 5억8천만원 중 6천만원을 어린이집에 지원했으나 올해는 복지관 예산을 2억5천만원으로 줄이고 어린이집 지원은 중단했다. ㄱ씨는 “광주시 지원이 끊기고 공단은 외면하는 상황에서 수탁 첫달부터 매달 운영비가 1천만원 이상 부족해 더는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가 하남초록어린이집 설립을 주도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은 운영을 맡은 직후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직장보육시설지원금을 신청했지만 노동청은 공동사업주가 어린이집 설치·운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광주시가 설립했다며 직장보육시설이 아닌 시립어린이집으로 판단했다. 설립 초기 정원이 97명이었던 하남초록어린이집은 등록 원생의 수가 많아 운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와 출생률 감소가 겹치며 현재 원생은 15명에 불과하다.



광주시 노동일자리정책관실 관계자는 “긴축 재정 상황인데다 원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하남초록어린이집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지원 중단에 대해서는 민간위탁 공고를 할 때 충분히 안내했다”고 말했다. 공단 쪽은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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