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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노트북 너머] 어화둥둥 한다고 주가가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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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추석 연휴 직후 지난 19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장중 11% 넘는 낙폭을 보였다. 기업가치만 110조를 넘는 국내 시가총액 2위 기업의 주가가 이렇게까지 출렁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매도 리포트의 영향이다.

모건스탠리는 국내 시장이 연휴인 앞서 15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낮춰 잡고,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수정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시장에서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시가총액 1·2위 기업을 끌어내려 코스피 지수에 타격을 입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반도체 시장을 때리기 위한 과잉 우려 아니냐는 원성과 함께 선행매매 의혹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매도 리포트를 낸 증권사가 공격의 대상이 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이차전지가 과열됐던 지난해에도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 최초로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냈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물리적인 공격까지 받아야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 자신의 종목의 주가가 내려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기업을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게 주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개인들에게 묻고 싶다. 부정적인 의견을 애써 틀어막는다고 기업의 가치가 오를 수는 없다. 매수 일색인 국내 시장에서 매도 리포트를 보는 일은 오히려 반갑다. 애널리스트들의 솔직한 매도 의견이 사라지면 손해가 늘어나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개인들은 법인, 연기금, 자산운용사와 달리 기업의 실적 전망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과 양이 제한적이다.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가운데 기업들의 주주가치 환원에 무신경한 태도가 높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키우는 데는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기업을 놓지 못하고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투자자들의 책임도 크다. 애널리스트가 주가 방향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면, 코스피 저평가는 더 심화할 뿐이다. 투자자들은 내가 투자 중인 기업을 ‘어화둥둥’ 감싸고, 증권사들이 매수 보고서만 내놓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의 신뢰도는 오를 수 없다.

[이투데이/정회인 기자 (hihell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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