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응급실 내원 32%↓…구급대 '병원 찾아달라' 70%↑
의료현장 "배후진료 인력 지쳤다", "붕괴 피할 수 없어"
18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와 보호자 등이 지나고 있다. 2024.9.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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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추석 연휴 5일간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다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현장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의사들은 "수가만 올릴 게 아니라 배후진료 인력을 붙잡을 특단이 절실하다"며 "전공의 없는 올겨울 응급실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5일간 응급실 내원 환자는 지난해 추석 대비 32% 줄었다. 그러나 지난 16~18일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병원 선정 건수는 251건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 148건보다 103건(70%) 늘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119의 병원 선정 기능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받아들인 일선 대원들의 문의가 많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태 장기화로 환자를 받기 어려운 응급실도 늘어나, 응급환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는 119의 역할도 가중된 걸로 보인다.
지역 대학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속 교수 A 씨는 "우리 응급실의 경우, 추석 내원 환자 수가 감소했다. 다만 일시적일 뿐 수용해야 할 중증 응급환자 자체는 늘었다"며 "어떻든 힘들었다. 더군다나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수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앞으로도 응급의료 분야에 보상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25일까지 적용되는 '추석 명절 응급의료 체계 유지 특별대책'의 권역·전문·지역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 가산, 중증·응급수술 가산 같은 수가 지원사항도 기간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상만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설명이다. 교수 A 씨는 "당직비, 수가를 더 준다고 붙잡을 수 없다. 금전적 대책은 땜질"이라며 "그동안 힘이 들어도 미래를 기대하며 일한 건데, 자포자기한 교수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교수)도 "그동안의 제도나 체계로 유지가 안 될 수 있다. 병원장은 남은 의료진이 환자를 잘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결국 장기적으로 전공의가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을 방문, 응급실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9.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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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 인력난으로 응급실 운영 중단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충북의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은 10월부터 주 1회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걸로 전해졌다.
이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1명이 휴직에 들어가며 남은 5명이 번갈아 당직 근무를 서고 있다. 피로가 누적돼 더 이상 정상 운영이 어려워진 데 따른 판단이다. 충북 지역 보건당국 관계자는 "성인 야간 진료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국 411개 응급실 중 △이대목동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응급실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명주병원은 내부 사정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현장 의료진 등은 "응급실이 겨우 돌아가도 필수의료 분야의 '배후진료'가 원활하지 않으면 환자를 받기 힘들다"며 "이대로는 의료붕괴다. 무너진 부분을 어떻게 재건할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장 어려움은 연말로 갈수록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라며 "한시적 수가 대책의 제도화, 상시화로 실질적 보상을 높이고 법률, 제도적 개선이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경원 공보이사는 "빈사 상태에 놓인 응급의료에 생기가 돌아야 한다. 전국 어디서나 어느 시간에도 반드시 응급의료 체계는 지켜져야 하며, 유지돼야 한다. 이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비상 진료체계가 무너지지 않았을 뿐, 바뀐 게 없고 여전히 힘들다"며 "앞으로 더 힘들 텐데 배후진료 인력을 늘릴 방법도 없다. 지금부터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형민 회장은 "의료계 내에서도 사태 해결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면서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본다. 과연 전공의를 설득할 수 있을까. 상당수는 돌아오지 않는다"며 "의료붕괴는 이미 예정돼 있고 재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망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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