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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기자수첩] ‘좋아요’로 흥해 ‘싫어요’로 망하는 유튜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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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유튜브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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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209만명을 보유한 여행 유튜버 곽튜브(32·본명 곽준빈) 학폭 옹호 논란이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커지고 있다. 1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곽씨의 중학교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곽씨가 왜 그렇게 본인을 가혹한 학교 폭력 피해자로 포장하고 다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곽씨가 과거 친구의 게임기를 훔쳤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곽씨 소속사는 ‘허위 사실’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곽씨는 집단 따돌림과 학폭 피해를 견디지 못해 고교를 자퇴한 뒤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가 러시아어를 전공했다. 이어 아제르바이잔 주재 한국 대사관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현지인들과 꾸밈 없이 어울리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었다. 곽씨가 아픈 과거를 딛고 살아가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구독’과 ‘좋아요’를 눌렀다. 지난 6월엔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유튜버’ 2위를 차지했다.

그런 곽씨가 지난 16일 한 걸그룹 출신 20대 배우와 이탈리아 로마 여행을 떠난 영상을 올리자 팬들은 분노와 실망을 쏟아냈다. 이 배우는 학폭이나 집단 따돌림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었는데, 곽씨는 이 영상에서 “네가 (학폭) 가해자라고 해서 연락처를 차단했는데 아니라는 기사를 보고 (마음을) 풀었다”고 말한다.

이 배우가 받는 의혹 일부는 사실이 아니었지만, 팬들은 “학폭 피해자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어떻게 논란 당사자에게 면죄부를 주느냐”고 했다. 곽씨는 지난 2월 한국방송대상을 받았고, 유재석·노홍철 등 기성 연예인들과도 어울린다. 인기 유튜버라는 지위를 이용, 20대 여성에게 우월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 ‘초심(初心)을 잃었다’ ‘벼락 부자 같다’ 같은 반응도 나왔다. 곽씨 구독자는 사흘 새 3만명가량 이탈했다.

단기간 인기를 얻은 유튜버가 몇몇 사건으로 추락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최근 구독자 1070만명을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27·박정원)을 협박·공갈한 혐의로 구속된 유튜버 카라큘라(36·이세욱), 구제역(32·이준희), 전국진(32)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사소한 이유로 나락으로 보낸다”며 사회 분위기를 탓한다. 그러나 ‘좋아요’ 관심으로 흥했으니 ‘싫어요’ 관심으로 망하는 것은 유튜브 생태계의 법칙이기도 하다.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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