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 일본인학교 전경. 학교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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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등교 도중 괴한의 칼에 찔린 일본인 어린이가 결국 사망했다. 지난 6월에 이어 일본인을 상대로 한 습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서 학교에 가던 도중 괴한으로부터 피습당한 10살 짜리 일본 학생이 숨졌다고 밝혔다. 하루 전 이 학생은 선전시에 있는 학교 입구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곳에서 괴한의 칼에 찔렸다. 이 학생은 곧바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사건 당시 용의자는 현장에서 붙잡혔고, 현재는 중국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린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등교 중인 어린이에게 비열한 행위가 행해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최선을 다해 유가족을 지원할 것이며, 중국 정부 쪽에 일본인의 안전 확보를 재차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선 앞서 지난 6월에도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괴한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데리러 나온 일본인 모자 3명을 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일본인 모자가 흉기에 찔려 다쳤고, 통학버스 안내원이던 중국인이 이들을 보호하려다 중상을 입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에서 일본인을 상대로 한 흉악 범죄가 3개월 만에 재발하면서 일본 사회는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18일은 일제 침략 만주사변 93년이 되는 날이어서 역사 문제와 관련한 ‘증오 범죄’의 일환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건 당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법치국가로 일본을 포함한 각국 인사가 중국에서 여행·공부·사업·생활하는 것을 환영해왔고, 효과적 조처로 재중국외국인의 안전을 보증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 이번 사건 현장 목격자 등에 따르면, 가해자는 이날 아침부터 초등학교 인근에서 칼을 휘두르고 다녔는데도 피해를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은 중국이 자랑하는 첨단산업 도시의 하나로, 일본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곳이다. 이번 피해 학생이 다니던 학교는 2008년 개교해 초등학생 200여명을 비롯해 300여명 가까운 학생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학교 인근 아파트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걸어서 통학하는 어린 학생들도 많다. 두 아이를 통학시키는 한 어머니는 이 신문에 “근방에 3년 정도 살았는데, 근처가 안전한 느낌이 들고 주변 사람들도 좋다고 느껴왔기 때문에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다른 일본인 여성은 “일본인 아이들이 잇따라 피습되고 있으니, (일본 아이들을 특정해서) 노리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당분간 밖에서 아이들이 일본어를 가능한 한 쓰지 않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차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주일 중국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중국 쪽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등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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