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9월 26일 오전 남산에서 노랗게 변한 은행나무 뒤로 케이블카가 푸른하늘에 미끄러지듯 산 정상을 향해가고 있다. /이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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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최근 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남산 정상을 잇는 곤돌라 건설 공사를 시작한 가운데, 1962년 이후 남산 케이블카를 단독 운영해 온 민간 업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60년 넘게 이어온 독점이 깨질 것 같으니 시비를 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과 환경 단체, 대학생 등은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 곤돌라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체 등은 “서울시가 관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남산 곤돌라가 개통하면 근처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남산의 자연 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삭도공업은 1962년부터 남산 중턱과 정상을 오가는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객용 케이블카다.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한석진씨가 사업권을 받았으나 당시 사업 종료 시한을 따로 정하지 않아 대를 이어 독점 운영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수시로 특혜 시비가 일었다. 국가 소유인 남산에서 특정 ‘가족 기업’이 무기한 독점 영업을 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2016년 서울시의회는 한국삭도공업이 운영비에 인건비를 과다하게 반영하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6월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시는 “관광객이 몰려 케이블카를 타려면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며 “남산 곤돌라가 생기면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요금도 남산 케이블카보다 5000원가량(성인 왕복 기준) 싸게 정할 계획이다. 단체 관광객을 위해 곤돌라 출발 지점인 예장공원 지하에는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도 운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케이블카 업체가 가처분 신청을 내 황당하다”며 “2026년 개통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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