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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매직펜으로 기압선 그리며 설명… ‘韓 1호 기상 캐스터’ 김동완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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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생활정보 녹여 친근하게 예보

높은 인기 덕 통보관 직책 만들어져

조선일보

故 김동완 전 기상청 통보관.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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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제1호 기상 캐스터’로 알려진 김동완(89) 전 기상청 기상 통보관이 지난 15일 별세했다. 종이 일기도에 매직펜으로 직접 기압선을 그리고 속담과 생활 정보를 녹여 날씨를 전했던 김 전 통보관은 현재 일기예보 방송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5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공고 졸업 후인 1959년 기상청 전신인 국립중앙관상대에 들어가 예보관 활동을 시작했다. 1965년부터 관상대 직원이 라디오에 직접 출연해 날씨를 전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엔 내용이 딱딱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뉴스였다. 관상대 내부에서도 이 업무를 가욋일로 여기고 꺼리는 직원이 많았다. 김 전 통보관도 처음엔 떠밀리듯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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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동완 전 기상청 기상 통보관이 1973년 방송에서 일기도를 그리며 예보를 전달하고 있다.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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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일기예보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장마는 나이 많은 아내의 잔소리다’ ‘파리도 조는 듯한 더위다’ 등 친근한 표현을 써 가며 딱딱한 예보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본래 기상청에는 통보관이라는 직책이 없었고 방송국에서 임의로 김 전 통보관의 직책을 통보관으로 불렀던 것인데, 그의 높은 인기 덕에 실제 직책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김 전 통보관의 활약은 1980년대 컬러 텔레비전 등장과 함께 더욱 본격화됐다. 1982년 MBC 보도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1997년까지 방송에서 일기예보를 전달하면서 매직으로 일기도를 직접 그려가며 날씨를 전하는 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남녀노소 이해가 쉬워 일기예보가 인기 코너가 됐고, 기상 캐스터는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김 전 통보관은 일기예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세계 기상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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