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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설왕설래] 민간인 첫 우주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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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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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서 활동하는 우주유영을 세계 최초로 한 이는 옛 소련의 알렉세이 레오노프다. 1965년 3월18일 우주선 밖으로 나가 12분 동안 우주를 유영했다. 그해 6월3일에는 에드워드 화이트가 미국인 최초로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그 후에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등에 소속된 260여명이 우주유영을 했다.

최근 사상 최초의 민간인 우주유영 도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 민간인 우주유영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을 이끄는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과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 세라 길리스가 우주유영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행에 참여한 4명은 모두 정부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민간인이다. 아이작먼은 난간 형태의 ‘스카이 워커’로 명명된 구조물을 한 손으로 잡은 채 약 730㎞ 고도에서 시속 2만5000∼2만6000㎞로 움직이는 우주선 위에 홀로 서는 경험을 했다. 그 순간 칠흑같이 어두운 우주와 밝게 빛나는 푸른 지구가 동시에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15일 오전 미 플로리다주 멕시코만 해역에 무사히 귀환한 이들은 민간 우주여행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폴라리스 던’은 역대 가장 위험한 민간인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폴라리스 던 팀원들이 탄 우주캡슐 ‘드래건’은 이번 비행 중 최고 1400㎞(870마일) 고도까지 뻗어 나갔다. 이는 ISS의 비행 궤도보다 3배 이상 높은 고도로, 1972년 나사의 ‘아폴로’ 달 탐사 임무 이후 52년 만에 인류가 비행한 가장 높은 우주 공간이다. 높은 고도의 우주에는 미세 운석과 파편이 저고도보다 훨씬 많다. 그간의 민간 우주비행은 전문 우주비행사의 인솔하에 이뤄지는 ISS 방문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민간인 첫 우주유영은 국내 항공우주 산업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위성기술과 발사체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7번째 국가인 우리나라는 지난 5월 마침내 우주항공청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기술력은 우주 항공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져 있다. 정부보다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세계적 흐름에도 뒤처져 있다. 우주산업은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다. 폴라리스 던의 성공을 자극제로 삼아야 하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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