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재배 줄었지만 최대 풍작 '우려'
과잉 생산으로 산지 쌀값 폭락세
가을의 진미 송이버섯 흉작 가능성
채취 농민들 "태풍이라도 왔으면" 심정
한우소비도 위축 등 농촌경제 악영향
따가운 햇살 덕분에 경북 안동시 풍산들도 황금들녘으로 변하고 있다. 안동=정광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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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농사가 풍년이면 송이버섯은 흉년이라는 말이 있다. 고온성 작물인 벼는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풍부할 때 잘 자라지만 송이버섯은 반대로 저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몰아쳤다. 7월 말 장마가 끝난 뒤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비다운 비조차 내리지 않았다. 대구ᆞ경북 주요 식수원인 운문댐과 영천댐에는 최근 가뭄 ‘주의’단계가 발령됐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하천유지용수와 농업용수를 줄이고 급수구역을 변경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가뭄은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로 그 강도가 높다.
추석을 닷새 앞둔 12일에도 대구ᆞ경북과 부산ᆞ경남, 전라도 대부분 지역, 충청도 일부 지역에 폭염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됐다. 풍부한 일조량에도 높은 기온은 벼에는 금상첨화다. 10월까지 태풍이라는 변수가 남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풍년이 예상된다.
고대환 경북도 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은 “올해는 특별한 병충해 피해 소식이 들리지 않고 이삭 수나 모든 게 순조롭다”며 “전국적인 태풍 내습과 같은 변수가 없는 한, 올해 벼농사는 풍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농민이나 농정당국에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폐쇄경제에서 쌀농사가 풍년이라는 말은 희소식이었지만, 쌀 소비는 줄고 있어 “농민은 풍년 들면 골병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는 쌀값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1일 기준 쌀(2023년산) 20㎏들이 상품 평균 소매가는 5만1,322원으로 지난해 9월 상순 평균 5만5,071원보다 7% 이상 하락했다. 산지 쌀값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0월 초 평균 5만4,388원이던 20㎏은 11개월만인 이달 5일엔 4만3,842원까지 폭락했다. 쌀값은 추석이 끝나고 햅쌀이 본격 출하하면 더 내리는 경향에 비춰 볼 때 태풍 등과 같은 변수가 없는 한 올해도 쌀값 파동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기로 한 36만 톤에다가 10만 톤가량을 추가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먹지 않는 쌀을 무작정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 한 역부족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콩, 양파, 감자 등 벼 대체작물을 이모작으로 재배해 토지 단위면적당 더 높은 소득을 내는 혁신농업타운 등을 시도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시각물_전국 송이생산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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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따른 쌀 풍년으로 농민과 농정당국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가을의 진미 송이버섯은 흉작이 우려된다. 송이버섯 전문가들에 따르면 송이는 기온이 12~25도로 떨어지고, 송이버섯이 기생하는 소나무 뿌리까지 촉촉할 정도로 습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날씨는 이와 거리가 멀다.
박상철(51) 봉화송이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은 “강원 고성 양양 등에서 송이 소식이 들린 지 7~10일이면 봉화에도 송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12일 현재까지 강원도에도 감감무소식”이라며 “20여 년 동안 고향 봉화에서 송이를 채취했는데, 9월 중순이 되도록 송이 소식이 없던 적은 올해가 두 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봉화송이축제가 당초 10월 초(3~6일)에 열릴 예정인데, 지난해처럼 송이 없는 송이축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봉화군은 송이버섯 생산 추이를 감안해 축제 개막일을 당초 이달 26일에서 1주일 연기한 상태다.
다행히 봉화지역에는 11일 5.9㎜, 12일 30.1㎜의 단비가 내렸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송이 채취 경력 50년이 넘는 강대용(69)씨는 “송이가 많이 나려면 50㎜ 이상, 벼 이삭이 썩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려야 한다”며 “부족하지만, 이번 비 덕분에 추석 이후에는 조금씩 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덕산림조합 김석환 지도과장은 “11일 500여 명의 송이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송이채취 관련 교육장을 찾은 생산자들은 한결같이 ‘올해는 큰일’이라고 걱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과장은 “송이가 적게 나 비싸면 농민들 입장에선 좋지 않냐는 말도 하지만 이는 사정을 잘 모르는 것”이라며 “채취량이 많아야 소비가 느는데 이대로라면 정말 큰일”이라고 말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달 하순은 돼야 송이 주산지인 경북 영덕, 봉화 등지의 낮 최고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여기에다 비도 적절히 내려줘야 한다. 송이 채취 농민들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13호 태풍 버빙카가 한반도에 비라도 좀 뿌려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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