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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편집자 레터] 한가위는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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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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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그네 신세 되고서는(自作漢陽客)/한 해 내내 집안 소식 드물었네(一年家信稀)/외로운 구름은 가을빛 머금고서(孤雲有秋色)/홀로 먼 산 고향으로 돌아가네(獨向遠山歸).”

조선 영조 때 문인 석북(石北) 신광수의 시 ‘서울서 추석을 맞아(漢陽秋夕)’입니다. 추석에 고향에 가지 못한 시인은 그리운 마음을 흘러가는 구름에 실어 보냅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살이 중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울에서 나그네 신세 되고서는’이라는 시의 첫 구절에 깊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고향에들 내려가십니까? 이번 주 Books는 추석 특집으로 ‘귀성·귀경길 기차 안에서 읽으면 좋을 책’들을 소개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길, 아쉬운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길동무가 되어줄 책들을 출판·문학·학술·어린이책 담당 기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골랐습니다. 책을 선정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은 가독성입니다. 여행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이동 수단 안에 갇혀 있다 보면 지루해지기 십상이죠. 그 지루함을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책들이라 자부합니다.

조선일보

곽아람 Books 팀장


기차가 배경이라 현실과 문학 속 세계가 뒤섞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와 소설, 일단 손에 잡으면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흥미진진한 그래픽 노블, 기차 안이 답답해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며 ‘추석이란 무엇인가’ 일러 줄 수 있는 그림책, 학술서는 어렵고 잘 안 읽힌다는 편견을 깨는 철도의 역사, 명절을 맞아 가족의 의미와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에세이…. 책 속 세계에 쑥 빨려 들어갔다 나오면 어느새 기차는 목적지에 도달해 있고, 여독 따위는 쌓일 겨를조차 없을지도 모릅니다.

3700만명이 움직인다는 이번 추석 대이동에 동참하지 않는 분들께도 이 책들이 긴 연휴를 함께할 벗이 되어줄 겁니다. 풍성한 한가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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