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400조 시대 금융사 운용수익률 분석②
BNK금융·현대해상·하나증권 DC형 수익률 으뜸
IRP 우리투자증권·현대해상·광주은행 高수익률
실물 이전·AI 자산운용 활용 고객 유치戰 과열
[한국금융신문 홍기영 기자] 퇴직연금 400조 시대를 맞아 금융권에서는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을 확 끌어올리는 과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지금까진 계열사 지원, 대출거래 기업과의 우호적 관계, 주거래 고객 유치 등에 힘입어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고객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금융회사들이 연금상품 개발과 연금자산 운용 역량보다는 기존 기업·개인 고객 거래관계에 의존해 마케팅 활동을 벌였고 그 결과 시장지배력이 큰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적립액 면에서 다른 경쟁사를 제치고 압도적인 실적을 낼 수 있었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을 오는 2050년을 전후해 적립액면에서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낮은 수익률 함정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맞고 있다.
국민연금에 비해 퇴직연금이 형편없이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것은 많은 가입자들이 DB형과 원리금보장 위주의 확정금리형 초저위험 퇴직연금 상품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근로자 퇴직연금 문해력 높아져
이제부터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자신의 은퇴 후 생활이 달린 퇴직연금에 무관심하던 근로자는 퇴직연금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 DC형과 개인형 IRP로 근로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이 DB형을 고수할 수만은 없게 됐다. DB형을 채택한 기업들도 계열사나 금융거래 관계에 의존해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해서는 곤란하다.
사실상 방치했던 퇴직연금 편입상품을 깐깐하게 따져보고 우수한 퇴직연금사업자를 정해 연금자산은 맡기는 똑똑한 가입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높은 금융회사에 계좌를 옮기려는 가입자가 점점 증가한다.
기본적으로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을 높이려면 근로자가 DB형을 DC형으로 바꾸고 DC형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을 늘리면 수익률 향상 효과가 커질 수 있다.
금융회사마다 상품 포트폴리오 재편과 AI 활용 자산운용 기법 적용 등 수익률 게임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DC형 원리금보장 평균수익률 증권사 연4.07%
확정기여(DC)형은 근로자가 운용하고 퇴직할 때 적립금·운용손익에 따라 급여가 정해지는 제도다.
2분기 DC형 퇴직연금의 금융권 전체 가중평균 운용수익률은 5.83%를 나타냈다.
원리금 보장의 경우 운용수익률이 3.74%로 집계됐고 원리금 비보장은 이보다 3배 이상 높은 연 12.99%를 기록했다. DC형의 경우도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높다 보니 원리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이 빛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업권별로 보면 DC형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증권사 평균 수익률은 4.07%로, 은행(3.74%)과 보험(3.73%)에 비해 0.3%포인트 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BNK경남은행 DC형 원리금비보장 16.59%
DC형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은 증권사가 평균 12.61%를 기록해 보험(13.64%)과 은행(13.35%)보다 0.7~1.0%포인트 낮았다.
이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DC형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이 은행과 보험사보다 수익률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인식과 배치된다.
주요 금융회사의 DC형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을 보면 보험업계에서 DC형 8위인 현대해상화재가 적립금은 2500억원에 불과하지만 15.53%로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14.54%)과 교보생명(14.24%), 삼성생명(13.75%) 등 대형 생보사들도 증권업계 못지않은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권에서 DC형 원리금비보장 퇴직연금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지방은행인 BNK경남은행으로 2분기 기준 16.59%에 달했다. 이는 금융권 전체에서도 최고 수익률이다.
같은 BNK금융그룹인 부산은행도 14.89%의 높은 수익률로 은행권 2위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은행권 DC형 적립금 4위 하나은행이 14.83%로 돋보이는 성적을 나타냈다. 그 뒤를 이어 DC형 1위 KB국민은행(13.73%), IBK기업은행(13.22%), 우리은행(13.04%), 신한은행(12.81%) 등의 순으로 수익률이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 DC형 퇴직연금 10위권인 하나증권이 15.15%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DC형 1위 삼성증권(14.19%)이 추격했고 △현대차증권(13.19%) △DC형 적립액 1위 미래에셋증권(12.97%) △NH투자증권(12.88%) △한화투자증권(12.06%) 등이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개인형 IRP 금융회사별 수익률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소득이 있는 모든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계좌다. 개인형 2분기 기준 개인형 IRP의 금융권 전체 가중평균 운용수익률은 연 6.62%를 나타냈다.
원리금 보장의 경우 운용수익률이 3.63%로 집계됐고 원리금 비보장은 이보다 3.6배 높은 연 13.12%를 기록했다. IRP형의 경우도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68.49%로 높다 보니 수익률이 높은 원리금 비보장상품 수익률을 잠식하는 셈이다.
2분기 기준 IRP 원리금 보장상품 수익률은 증권업계가 평균 연4.04%로 보험(3.60%) 은행(3.51%) 보다 높았다.
우리투자증권 18.05%·현대해상화재 16.56%
IRP 원리금 비보장상품 1년 수익률에서는 보험업계가 평균 13.41%로, 증권사(13.25%)와 은행권(12.98%)을 앞질렀다. 이 같은 업권별 운용성과는 DC형 원리금 비보장상품 수익률과 유사한 결과다.
보험업계에서는 IRP 원리금비보장상품 적립금에서 보험권 8위인 현대해상화재가 16.56%의 수익률로 DC형 원리금비보장상품과 마찬가지로 선두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14.76%) 교보생명(13.58%) 삼성생명(13.20%) 등도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증권업계에서는 적립액이 2539억원에 그친 우리투자증권(옛 한국포스증권)이 18.05%로 금융권 전체 1위에 올랐다. 삼성증권이 14.68%로 그 다음으로 높았고 △KB증권 13.66% △미래에셋증권 13.41% △신한투자증권 13.38% △NH투자증권 13.15% 순으로 IRP 원리금비보장상품 수익률이 높았다.
은행권에서는 적립액이 2072억원에 그친 광주은행 IRP 원리금비보장상품 수익률이 연간 15.78%로 선두를 달렸다. KB국민은행은 13.62%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은 13.26%로 양호했고 NH농협은행(12.90%) 우리은행(12.71%) 신한은행(12.2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순납입원본기준수익률 계산의 문제점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서 공개하는 퇴직연금 비교공시 수익률은 고객의 입출금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고, 상품이 설정된 지 오래될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왜곡현상을 보인다.
업권간 연금상품을 비교하기 위한 수익률 계산법이지만 문제가 있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 전문가인 신중철 에프엔가이드 고문은 “연금 펀드에서 추가입금이 있는 경우에는 입금이 없었던 사례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이에 반해 출금이 있었던 경우에는 수익률이 터무니 없이 높아지는 왜곡현상이 벌어진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익률을 평균 낸 수익률이 가입자의 평균수익률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작은 기관일수록 운용수익률이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는 일반적으로 초대형 운용자산을 가진 펀드의 수익률이 자산 규모가 작은 소형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 힘들다는 점을 반영한다.
현물이전·RA 투자도 머니무브 촉진
금융업계는 은행, 보험, 증권사 모두 적립금 유치를 놓고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모객 경쟁으로 퇴직연금시장에서 ‘머니무브(자금이동)’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상품 현물이전 허용,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등으로 은행·보험 대 증권, 그리고 증권사 사이에서 퇴직연금 가입자 유치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한다.
우선 10월 15일부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가입자는 퇴직연금 DB형, DC형, 개인형 IRP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예금,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등 금융상품을 환매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수 있다.
현재 퇴직연금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를 옮기려면 보유상품을 모두 환매하고 현금으로 이전해야만 했다. 하지만 연금상품의 중도해지 없이 타 금융사로 이전할 수 있게 되면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수익률·수수료 경쟁과 펀드 추천 활성화는 금융권 간 계좌 이동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퇴직연금 전문가는 "은행의 적립금 규모가 크지만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이후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 개설이 급증했다"라며 "증권사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판촉 행사와 펀드·ETF 재구성에 나서자 은행들도 방어 태세 강화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퇴직연금 상품을 실물로 이전할 때 옮기려는 금융회사에서 자신의 상품을 취급하는 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예금은 중도해지 금리가 낮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로보어드바이저(RA)를 활용한 퇴직연금 자산운용도 계좌이동에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A 투자 일임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한 희망사업자 신청은 9월 말까지 진행된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신한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코스콤 테스트베드 22회차를 통과한 사업자 대부분이 신청 준비 중이다. 사업자 통과 시 퇴직연금 RA 투자는 12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그동안 RA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자문형 서비스로만 활용돼 왔다. RA를 사용할 고객은 은행 예금 상품에 가입하거나 계좌를 소극적으로 방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DC형과 IRP에서 직접 투자자산을 운용,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들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향후 적지 않은 은행 고객이 RA라는 신종병기로 무장한 증권사로 이탈할 것으로 예상한다.
*DQN(Data Quality News)이란
한국금융신문의 차별화된 데이터 퀄리티 뉴스로 시의성 있고 활용도 높은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고품격 뉴스다. 데이터에 기반해 객관성 있고 민감도 높은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해 언론의 평가기능을 강화한다. 한국금융신문은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DQN를 통해 기사의 파급력과 신인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홍기영 기자 k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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