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 총장은 “한쪽에서는 검찰 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 수사라 손가락질한다”라며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했다. 또 “만약 그 일이 상대진영에서 일어났다면 서로 정반대로 손가락질하며 평가했을 일을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도 했다.
이 총장은 “극단적 양극화에 빠진 우리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면 고함과 비난, 조롱과 저주, 혐오와 멸시가 판을 친다”며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 등을 두고 나온 정치권의 반응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장은 민주당의 ‘검사탄핵’에 대해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됐다”고 했다. 이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안타깝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법령과 제도 탓만 할 수 없는 것이 공직자의 처지”라고 했다.
이 총장은 “몸과 마음을 쏟았지만 처음 품었던 뜻을 실천하지 못했다”며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믿음에 온전히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배우자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한 채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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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검찰·사법에 사회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편을 들어달라 고함치는 소용돌이 사법 시대에도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해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 총장은 이날 배우자가 운전하는 K5 차량을 타고 청사를 떠났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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