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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원장님도, 연구원도 열심…"어려운 과학, 쉽게 유튜브로 소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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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커뮤니케이터 키우자]②연구원, 교수 등 영역확장

안정된 길 마다하고 새로운 과학문화 산업 형성 시도

전문성 강화, 산업화, 문화 개선은 숙제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달 일본의 난카이 해곡 대지진 가능성이 국민적인 관심을 끈 가운데 과학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안될과학’의 난카이 대지진 영상이 업로드 3일 만에 조회수 48만 회를 돌파한 적이 있었다. 당시 순위로는 인기급상승 동영상 23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주목받은 펜싱선수들의 경기 동영상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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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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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기준 유튜브 랭킹 기준 1000위권 내 순위에 과학 관련 유튜브 채널은 6개 채널(ITSub잇섭, 공대아빠, 긱블, 안될과학, 과학드림, 1분과학) 정도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채널, 먹방 채널, 정치 채널 등이 대부분인 상황이지만, 구독자 100만, 200만 기록을 차례로 달성하며 안정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과학 유튜브 채널에는 “설명이 너무 쉽고 자세해서 좋다”, “10분이 1분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이 같은 인기 비결은 어려운 과학 콘텐츠를 쉽게 설명해주고 대중들과 편하게 소통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에 따르면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포함한 과학문화 전문인력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고 지원사업도 부족할 정도로 시장 태동기에 있지만, 과학 저술가나 과학 유튜버, 과학 공연가 등 다양한 과학직업 영역에 도전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이공계 대학을 졸업한 뒤 교수나 연구원으로 안정적인 길로 들어서는 경향이 대다수였고,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은 비정규직 인력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성을 갖춘 이공계대 학사 졸업생, 박사후연구원 등이 유튜버, 해설사 등으로 뛰어들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연구원·교사 등 안정된 길 벗어나 새로운 시도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대중과의 소통을 과학자의 책무이자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으로 보고 꾸준히 접점을 늘려왔다. 미국 컬럼비아대나 스탠퍼드대 등 주요 대학들이 매주 지역 주민을 초대해 과학강좌를 열고, 학부생들이 지역 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식을 나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대중활동을 과학자의 책무라고 보고 학생과 주민이 연구자들을 꾸준히 만난다. 일반인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식 수준이 높아져야 국가 과학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평생 연구해 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통에 나서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소통을 열심히 하는 대표적인 과학계 인사 중 한 명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소통한다. ‘알쓸신잡’의 김상욱 경희대 교수도 잘 알려진 사례다.

안정된 직장을 마다하고 직접 대중과 소통하는 사례도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강솔빈 씨는 포항공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연구자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전국 각지를 다니며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강씨는 “연구도 재미있었지만, 논문으로만 남기기 아까워서 발표대회 등을 나가며 과학 소통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새로 만들어가는 직업이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지만 과학으로 다양하게 소통하는 부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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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솔빈 과학커뮤니케이터의 활동 모습.(사진=강솔빈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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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출신이 아니지만 과학에 관심이 있어 아예 전직한 사례들도 있다. ‘우주를 줄게’를 창업한 문희영씨는 패션브랜드사에서 20여년 일해 왔지만 최근 천체망원경 대중화를 목표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천체관측채널을 이용하고, 천체망원경 작동원리 등을 영상으로 설명해주는 네이버 밴드를 운영하는데 가입자만 1000명을 넘는다. 초보자도 쉽게 천체망원경을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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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영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천체관측’을 지향한다.(사진=문희영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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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커뮤니케이터 양적 성장 과제, 산업 육성책도 필요

과학계의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정부출연연구소에서도 이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궤도, 공돌이 용달, 과학쿠키 등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을 활용해 숏드라마,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의 영상을 만들었다. 그 결과 2020년 26만5000회에 머물렀던 조회수가 2021년 40만회를 넘어 화학 꿈나무들을 위한 콘텐츠를 확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안정된 교사 활동을 접고 유튜브 채널(수상한 생선, 구독자 약 60만명)을 운영하는 김준연씨는 “유튜버들은 상당한 자료 조사를 통해 사실을 전달하고 있고, 시청자 중에는 전문가들도 있기 때문에 내용이 잘못되면 피드백이 오기 때문에 자정 작용도 있다”며 “과학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과학 소통에도 더 관심이 필요하기에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속 기관 없이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사례 외에 출연연 같은 공공기관에서 박사급 소통 전문가들이 나서서 과학문화전문인력들이 질적으로 발전하도록 앞장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처음부터 아예 전문 인력을 키우거나 관련 산업을 지원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공공기관인 출연연이나 과학관 등에서 과학 소통을 장려하는 문화를 확산해야 하며, 홍보부서에서도 박사급 인재들을 활용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과학문화전문인력의 양적 확대도 좋지만 질적 확대를 통해 이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관련 직업군에서 우수한 사례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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