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 여론조사서 중도층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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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 31%,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7%, 홍준표 대구시장 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 오세훈 서울시장 4%,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2% 순이었다. 이 대표가 1위를 유지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인 지난달 17~19일 갤럽 조사(37%) 때보다 6%p 하락했다.
이 조사 항목에서 전체 응답자 중 36%가 ‘지지 인물 없음’ ‘모름’ 등 의견을 유보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린 가운데 ‘선호하는 대통령감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될 ‘의견 유보’ 응답은 특히 중도층에서 두드러졌는데 전체 중도층의 44%를 차지했다. 지난달 17~19일 조사 때 중도층의 34%가 의견을 유보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0%p 늘어났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대선이 ‘보수 대 진보’, 양당 구도로 진행될 경우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도층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율이 여전히 높지만, 나머지 절반 가까이 의견을 유보한 상태라면 변동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의 28%는 이 대표를 지지했고, 여권 인사들에 대한 지지는 2~4%대였다.
17일 발표된 이번 갤럽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은 33.8%, ‘진보’는 26.2%, ‘중도’는 27.8%, ‘모름·무응답’은 12.3%로 나타났다. 지난달 17~19일 조사와 비교해 ‘보수’와 ‘중도’의 비율이 각각 7%p, 3%p 정도 늘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 윤석열 대통령 체포 등의 정국 상황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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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
◇탄핵 정국에 관망하는 중도층 급증… 이들이 판도 가른다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의 44%가 선호하는 정치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 의견 표명을 유보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중도층의 절반 가까이가 탄핵 국면에서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각 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는 계속 출렁일 것”이라고 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중도층 상당수가 여전히 유동성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전개되는 정치 과정과 대선 주자들의 출현 과정 등에 따라 변화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중도층의 민심은 한 달 사이에 변화 조짐을 보였다. 이는 이번에 국민의힘 지지율(39%)이 민주당 지지율(36%)을 3%p 차이로 역전한 것에도 반영됐다. 중도층 내부의 변화가 전체 정당 지지율 변동의 요인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중도층을 따로 떼서 분석하면, 12·3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달 3~5일 실시한 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의 38%가 민주당을, 19%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이어 지난달 17~19일 갤럽 조사에선 중도층의 정당 지지율 차이는 더 벌어졌는데 중도층의 46%가 민주당, 13%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걸로 조사됐다. 그런데 새해 들어 격차가 줄기 시작해 1월 7~9일 조사에서 중도층의 35%가 민주당을, 24%가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이날 발표한 조사에선 중도층의 양당 지지도는 민주당 37%, 국민의힘 28%로 나타나 격차가 9%p로 좁혀졌다. 정치권 인사들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계엄 선포 사태 파장이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봤는데 예상 밖의 흐름이 나타났다”고 했다.
다만, 중도층에서 민주당의 강세는 여전히 확인됐다. 이번에 보수층의 79%는 국민의힘을, 진보층의 72%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중도층에서는 37%가 민주당을, 28%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전문가들은 중도층 가운데 25%가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답한 것에 주목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여야 지지를 왔다 갔다하는 중도층과 의견을 유보한 중도층을 얼마나 공략하느냐가 여야 싸움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중도층 여론은 지난달 14일 민주당이 주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서 탄핵소추한 데 이어 같은 달 27일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소추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새해 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에 나서고 민주당이 대여(對與) 강경 발언을 낸 것도 여론 흐름에 변화를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근 국민의힘 지지도 상승세는 민주당의 일방 독주와 보수층 결집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며 “국민들은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을 준(準)여당이라 생각하는데, 민주당은 계속 윤 대통령과 싸우기만 하는 모습을 보이니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게 된 측면이 있다”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170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과 ‘차기 대통령 이재명’의 결합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재명 포비아(공포증)’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은 57%, 반대는 36%였는데, 중도층 응답으로 좁히면 찬성 68%, 반대 27%였다. 차기 대선에서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0%,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8%였다. 중도층에서는 ‘정권 재창출’이 31%, ‘정권 교체’가 56%였다. 여전히 윤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의 비판과 정권 교체 여론이 높다는 뜻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중도층은 지금 정국을 보면서 혼란과 불안을 느끼며 양당 모두에 호감을 갖지 못하고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며 “여야가 경제, 일자리, 성장 등 민생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안정과 호감을 줘야 중도층을 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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