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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사설] “매일 죽어 나가라”는 충격적 의사 발언, 협의체 파국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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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응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정부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에 응급실 환자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해 이날부터 2주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을 운영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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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대생만 가입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응급실 등의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개XX들 매일 천 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네” “조선인들 죽는 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는 등의 환자·국민 비하글들이 올라왔다고 한다. 현장에서 헌신하는 동료 의사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의정 협상 추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이성적인 대화 물꼬가 절실한 가운데, 감정의 골을 깊게 하는 일부 의사·의대생들의 발언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의사 중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엔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태 등을 두고, “다 죽어, 죽으라고”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임” “진짜 개돼지 XX들 조금도 동정심이 안 드네” “드러누울수록 의사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 등의 글들이 게재됐다. 국민을 ‘견민’ ‘개돼지’ ‘조센징’이라고 비하했다.

응급실 의사들을 ‘부역자’로 낙인찍어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공유한 사태에 이어, 씁쓸함을 넘어 참담하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이 개별 판단으로 현장을 떠난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현장 잔류를 선택한 동료들을 공격하고 환자들 죽어 나가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 의사들의 존재 자체가 충격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거센 반대만큼이나 의사 사회는 내부의 이런 패륜 발언들에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응급실 블랙리스트 작성을 “회원들의 절박함”이라고 표현하며 일부 두둔했다. 또 지난 2일 회원 공지를 통해 “추석 명절 동안 응급실 외 회원 여러분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을 우선하시길 바란다”며 가능한 한 병원 문을 닫을 것을 독려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삐걱대는 가운데 감정의 골만 깊어가는 상황이 안타깝다. 처벌할 부분은 처벌하되, 이런 발언이 대화와 협상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게 최선이다. 14만 명의 의사 중 극히 일부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울러 응급의료 체계를 유지하도록 정부는 할 수 있는 정책적 묘수를 모두 짜내길 바란다. 우선 환자가 경증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해 응급실로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일본처럼 경증·중증 여부를 가려주고 의료기관을 안내하는 상담센터 운영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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