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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사격 대표팀 못 받은 올림픽 포상금, 연맹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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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의원, 체육계 비리 일부 공개

2023년부터 3억8000만원 미지급 상태

사무처 직원들, 수천만원 성과급 의혹

“선수 지원금 횡령·불공정 선발… 70여건 제보받아”

청소년 선수 타종목 무단 차출

승부조작·뇌물·성폭력 의혹도

‘임금 체불’ 논란에 휩싸인 신명주 전 대한사격연맹 회장에 대한 부실 검증으로 대한사격연맹이 선수들에게 3억8000만원에 달하는 포상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사격 대표팀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2일 이후 당 ‘체육계 비리 국민 제보센터’에 총 70여건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제보 내용으로는 협회 비리, 뇌물 수수, 부정 선수 선발, 공금 횡령, 성추행·성폭력, 채용 비리, 승부조작,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있었다. 진 의원은 이날 △대한사격연맹 회장 선임 등 관리 부실 △경륜 선수 선발 과정 불공정 △청소년 타 종목 차출에 따른 피해 발생 △재(在)캐나다 대한체육회 전 회장 공금 횡령 등 일부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세계일보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체육계 비리 국민 제보 센터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 의원은 배드민턴과 태권도·사격 등 종목에서 70여 건의 체육계 비리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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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진 의원은 대한사격연맹이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고 신 전 회장을 선임하면서 선수 포상금 미지급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신 전 회장이 취임 시 약속한 후원금을 미납하면서 지난해부터 3억7870만원 상당의 포상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 의원은 “파리 올림픽에서 최고 성적을 낸 메달리스트들의 포상금도 미지급 상태”라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초 단독 출마해 선출된 신 전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명주병원 직원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자 취임 두 달 만에 자진 사퇴했다.

또 대한사격연맹 사무처장의 ‘셀프 승진’과 채용 비리 의혹, 내부 부정 비리에 대한 제보도 들어왔다. 진 의원은 “선수 포상금은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무처 내부 직원들의 성과포상금 수천만원을 절차와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급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사무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난해 진행한 29기 경륜선수 후보생 모집·선발 과정에서 부당한 탈락자가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롭게 신설된 과락 기준을 공단 내부 자료에만 기재하고, 참가자에게 공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 의원은 “과거 기준으로는 합격할 참가자 3명이 탈락하게 됐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모 동의 없이 중학생 레슬링 선수를 육상 대회에 차출해 불이익을 당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강원 화천 A중학교 선수들은 기말고사 직전 육상 대회에 차출돼 출전했고, 8명 중 6명은 기말고사 최저학력 미달로 본 종목인 레슬링 대회 6개월 출전이 정지됐다.

진 의원은 현행 고등학생에게만 부여되고 있는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 적용을 초·중학생까지 확대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캐나다대한체육회 전 회장이 지난해 전국체전 참가자 54명에게 지급돼야 할 항공료 등 지원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해당 사건이 대한체육회에 접수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22년에도 전국체전 참가자 26명에 대한 지원금 횡령 사실이 추가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의원은 “대한체육회 차원 정기 회계감사시스템이 없어 향후에도 횡령 등과 같은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현행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상 횡령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대한체육회가 재외한인체육단체나 단체장을 징계하거나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이날 발표한 사례 등에 대해 해당 기관에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중대범죄 혐의들이 제보된 만큼 이에 대해 가볍게 여기지 않고 끝까지 파헤칠 계획”이라며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 체육계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이번 기회에 환골탈태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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