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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다문화학생 18만명 시대 ‘포용 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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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교생의 90%가 다문화 학생인 경기 안산시 관산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삶을 바탕으로 한 미술 수업을 구상해, 언어가 다르더라도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경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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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이민의 시대’로 불린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3.3%에 해당하는 2억여 명이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거주한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미국의 Z세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세대다. 미국 전체 인구의 48%는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이다.



한국 역시 다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기준 2022년 외국인 주민(국내 출생, 귀화 및 외국 국적)의 자녀 수는 29만9440명으로, 2021년 28만9529명에 비해 9911명(3.4%) 증가했다.



교육부 기준 2023년 초·중등(각종 학교 포함) 다문화 학생 수는 18만1178명으로, 최근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다문화 배경을 지닌 청소년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화와 이민의 증가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사회에서 공존하게 되면서, 포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넥스트 세대로 대변되는 Z세대(14~28살)가 다양성, 평등, 포용성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아이들이 포용의 미덕을 아는 세계 시민으로 자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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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산중 신경아 미술교사는 가족이 즐겨 먹는 음식을 그려서 친구들에게 소개하거나 미술실 벽면과 복도에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통해 포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경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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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추부기는 미디어 정화 필요





관산중학교는 외국인 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자리 잡고 있다. 전교생 중 90% 이상이 다문화 학생으로, 한국어로 원활한 소통이 어려운 학생도 60%에 이른다. 이에 신경아 미술교사는 가족이 즐겨 먹는 음식을 그려 친구에게 소개하는 ‘가족의 식탁’ 등 학생들의 삶을 바탕으로 한 미술 수업을 구상해, 언어가 다르더라도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해주고자 미술실 벽면과 복도 공간에 전시 공간을 만들고, 학생들의 작품도 전시했다. 지난 4년간 다문화 학생들을 가르친 신 교사는 포용 교육을 위해 가져야 할 태도로 ‘존중’을 꼽았다.



‘포용 교육’은 단순히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국가나 문화 차이를 넘어 빈곤, 젠더, 장애 등 다양한 차원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포함한다. 한국의 경우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사회 통합을 위해 필요한 포용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 수용 지수는 2012년 51.72점, 2021년 52.27점으로 10년간 소폭 상승했을 뿐,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차별 의식이 포용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장애인,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성소수자 등은 여전히 비정상으로 여겨지며,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 의식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 외국인에 대한 이중 잣대도 만연하다. 신 교사는 “미디어에서 미국·유럽 출신의 백인이 등장할 때는 그 사람이 한국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를 보여주지만, 동남아·중앙아시아 등에서 온 이주자가 등장할 때는 고부 갈등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며 “미디어 자체에 정화 작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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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산중학교 학생이 그린 ‘여러 나라의 다양한 라면’. 신경아 제공




포용 교육의 기본은 ‘존중’





전문가들도 포용 교육의 기본은 ‘존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다름을 이해받고, 존중받으며 자란 아이가 남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존중받는 아이로 키우려면 일상에서 아이의 의견을 묻고, 경청하는 양육자의 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최종 결정은 부모가 하더라도 아이가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면, 아이는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더불어 평소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병신’ ‘깜둥이’ ‘짱깨’ 등 장애인이나 인종, 국가에 대한 차별적 언어로 기분이 나빴다면 웃지 않아도 된다는 걸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부모 자신도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혐오의 주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근 성 감수성은 부모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게 민감해졌다. ‘여자애가~' ‘남자애가~'와 같은 성별 이분법 표현이나, 직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발언, 이른바 ‘정상 가족'을 기본형으로 여기는 표현 등은 삼가도록 한다. ‘급식충' ‘중2병' ‘등골 브레이커'와 같은 표현은 청소년 혐오에 해당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잘못된 표현을 썼다면 즉시 정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찾아가는 교육부터 문화감수성 진단까지





포용 교육 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소재 유·초·중·고등학생, 공무원 및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문화다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1개국 40명의 강사진이 강의 및 체험 위주의 자국 문화 소개 수업을 통해 세계 문화 다양성 이해도 향상에 도움을 준다. 매월 20일 오전 9시부터 누리집(www.smce.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다음세대재단에서 운영하는 ‘올리볼리’(test.ollybolly.org) 플랫폼에서는 문화다양성 감수성 테스트를 무료로 진행할 수 있다. 테스트는 초등학생용과 일반인용으로 나뉘며, 문제를 푼 뒤에는 해설과 실천 방법을 통해 내 안의 포용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이외에도 올리볼리에서는 차별, 인권, 평화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세계 그림동화 영상 콘텐츠도 교육 자료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자녀에게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를 수 있는 그림책을 골라주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면 그림책 큐레이션 플랫폼을 이용해볼 수도 있다. 영유아 그림책 큐레이션 플랫폼 ‘우따따’에서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담겨 있지 않은 다양한 관점의 그림책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은 만 3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매주 새롭게 선정된 주제별 아티클, 추천 그림책 3권, 양육 가이드를 포함한 다수의 콘텐츠를 우따따 누리집(https://wooddadda.com/)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아이의 포용력을 넓혀주는 도서





유아용으로는 책 ‘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와 ‘고아 소녀 버티’가 있다.



‘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토미 웅거러 글·그림, 이현정 번역, 비룡소 출간)는 안데르센 상 수상 작가 토미 웅거러 특유의 해학과 예리한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고양이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강아지 플릭스는 고양이 세계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며 힘든 시기를 겪지만, 개와 고양이의 도시를 화해시키는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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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를 통해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비룡소 제공


‘고아 소녀 버티’(강밀아 글, 안경희 그림, 옐로스톤 출간)는 부모가 없으면 불행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그림책이다. 고아인 버티가 의미 있는 타인들의 도움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생물학적 부모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따뜻한 포용력임을 전한다.



어린이 대상으로는 책 ‘손으로 보는 아이, 카밀’ ‘난민 말고 친구’ ‘왕자와 드레스 메이커’가 있다.



‘손으로 보는 아이, 카밀’(토마시 마우코프스키 글, 요안나 루시넥 그림, 최성은 번역, 소원나무 출간)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배려와 평등한 기회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일곱 살 소년 카밀은 손으로 세상을 느끼는 시각장애인이다. 주변 사람들은 종종 ‘장님’ ‘장애인’ ‘불구’와 같은 말로 카밀에게 상처를 주지만, 카밀은 스스로를 당당하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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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나 노, 지나’는 대한민국에서 ‘투명 인간\' ‘불법 인간\'으로 불리며 살아온 미등록 이주민들의 삶과 역사를 기록한 르포소설이다. 우리학교 제공


‘난민 말고 친구’(최은영 글, 신진호 그림, 마주별 출간)의 주인공 사라는 전쟁을 피해 시리아를 떠나왔지만, 밝고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키워가며 살아간다. 하지만 난민이라는 이유로 겪는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사라의 일상 속에 존재한다. 특히 단짝 친구 유림이가 갑자기 사라를 ‘떠돌이 난민’이라고 비난하고, 책상에 모진 말을 남기면서 사라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왕자와 드레스 메이커’(젠왕 글·만화, 김지은 번역, 비룡소 출간)는 ‘드레스를 입는 왕자’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는 용기와 다름을 존중하는 포용력에 대해 그린 현대판 동화다. 세바스찬 왕자는 이따금 레이디 크리스탈리아가 되어 아주 과감한 옷을 차려입고 파리를 마음껏 돌아다닌다. 그러한 왕자를 돕는 재봉사 프랜시스는 왕자의 비밀을 지켜 주기 위해 자신의 진짜 꿈을 숨긴다.



청소년에게는 ‘로지나 노, 지나’(이란주 글, 우리학교 출판) 책을 권한다. 대한민국에서 ‘투명 인간' 혹은 ‘불법 인간'으로 불리며 살아온 미등록 이주민들의 삶과 역사를 기록한 르포소설이다. 이주민이라서, 방글라데시 사람이라서, 무슬림이라서 차별을 겪어야 했던 로지나 가족과 행복동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주민들이 겪는 고통과 불평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박은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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