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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김건희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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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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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정자가 살포시 겹치는 ‘한강뷰’ 드레스룸이라니. 맞은편 ‘숲뷰’ 사우나실과 함께 관광 코스로 활용하면 어떨까. 한겨레TV와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진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2층 ‘비밀의 방’은 기왕 이렇게 까발려진 거, 다음번 대통령이 누구든 (아마 이 관저에 살지는 않을 것 같으니) 그대로 개방하면 좋겠다. 유료 예약제로 운영하면 관리 편의는 물론 나라 살림에도 도움 될 것 같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부부의 인민궁전이 돈벌이가 되듯. 그러고 보니 그곳도 금칠 목욕탕과 끝없이 이어진 옷장이 유명하다.



우리 여사는 역시 부지런하시다. 명품백 수수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 두문불출하는 줄 알았더니만, 그 틈에 관저에 귀한 작품을 들이셨다. 2024년 5월 말 아랍에미리트연합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 방한 때 슬그머니 공개된 이 한옥 정자는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작으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사랑하는 전북 완주의 고택을 본떠 지은 것이라고 한다. 여사도 직접 전시를 찾아 칭찬한 바 있다. 그 뒤 반년 만에 애초 결합돼 있던 미디어아트는 떼어진 채 정자만 관저 마당으로 옮겨왔다.



그런데 ‘선물’인지 ‘구입’인지 불분명하다. 대통령실은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정자를 옮겨오는 데 든 비용은 업체 등에 따르면 설계비(500만원)와 시공비(7500만원) 합해 8천만원이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그 비용에 작품가가 다 포함됐다는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작품 덩치가 커서 전시 뒤 처치 곤란했다는 말을 뜬금없이 덧붙이기도 했다. 마치 관저로 치워주는 선심이라도 쓴 것처럼. 지금 이 정자는 미등기 상태로 소유주가 불분명하다.



관저 공사를 둘러싼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말 바꾸기와 답변 회피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드레스룸과 사우나실로 알려진 2층 증축에 대해 지난 7월 국회에서 “처음 듣는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같은 내용에 대해 정진석 비서실장은 8월27일 “불법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국가중요시설이라 누가, 언제, 어떻게, 무슨 돈으로 했는지는 밝힐 수 없단다. 그리 보안이 중요하다면서 왜 2022년 5월 관저 인테리어와 8월 증축 공사의 설계·감리를 법인 등기도 없는 개인사업자에게 맡겼는지 의문이다. 증축 시공사는 제주도에 본사를 둔 직원 수 5명, 2023년 영업이익 6천만원이 채 안 되는 회사였다. 이런 회사가 용산까지 날아와 14평 가까운 공간 증축을 단 7일 만에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애초 수의계약 업체는 여사와 인연이 있는 곳이라고 알려졌다. 무자격 업체가 했거나 명의 도용을 했거나 착공 허가 전 공사를 시작했다면 모두 불법이다.



대통령이 잘 씻고 여사가 잘 차려입는 것은 중요하다.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 비용 쓰는 것을 나무랄 사람 없다. 그런데 왜, 몰래 하는가. 규정과 절차를 지키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여사의 마음뿐인가. 그 마음이 참 여럿 바보로 만든다. 관련 법 해석을 할 국토교통부 장관도, 발주처인 행정안전부 장관도 묵묵부답이다. 조달청도 유구무언이다. 참여연대가 2022년 10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에 청구한 국민감사는 뚜렷한 이유 없이 감사 기간이 벌써 7차례나 연장됐다.



책임 있는 누구도 한남동 관저의 미스터리를 풀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추지도 않는다. ‘가드 불가’다. 대신 구글 맵부터 용산구 건축대장까지 증거가 스스로 증언한다. 여사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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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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